┎thought

버스

약간의 거리 2001. 6. 3. 22:56

지금 이 버스는 어디쯤에 나를 내려놓을까?
도착지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를 타면이야 좋겠지만
한번에 가는 버스가 없을 때도 있고,
또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를 몰라서
내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를 모를 때도 있다.

어쩔 때는 지금 이 버스가 내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올라탄다.
번화가를 지나고 커브를 돌고 다리를 건너고 다시 고개를 넘어 어디쯤엔가에선 내려야 한다.
얼른 내려서 저 앞에 내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가는 직행버스로 갈아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조금만, 조금만,
다음 정거장에서, 한 정거장만 더 가서....
이렇게 미루고 망설여질때가 있다. 결국엔 내려야 하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정류장의 사람이 자꾸만 바뀐다.
나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사람도 모두 각자의 버스를 타고 떠났는데
나만이 혼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
아무거나 타고가다가 갈아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련스레 기다린다.
버스비 600원이 아까와서가 아니라,
내가 어느 지점까지 가든 결국엔 지금 기다리고 있는 이 버스와 만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련스레 기다린 버스가 손 흔드는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 버릴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듣지 못할거라는 걸 알면서도 버스를 향해 험한 소리를 내 밷는다.

너무나도 오래 기다린 끝에 버스가 왔다.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한마디 해 주고 싶지만 그냥 참는다.
그리곤 어느샌가 버스가 너무 늦었다는 건 까맣게 잊고서 편안해 진다.


가끔 목적지를 지나칠 때가 있다.
졸다가 못 일어날 때도 있고,
딴 생각을 하다가 지나칠 때도 있고,
또 아주 간혹은 그냥, 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다시 돌아오는 길은 참 쓸쓸하다. 그리고 내가 지나쳐간 길보다 훨씬 멀다.


나를 떨구고 떠난 버스는 다시 탈 수 없다.
열심히 쫓아가 보지만 결국엔 한점이 되어 사라진다.
그러니까 내려선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면 된다.
단지 이번에 내가 타는 버스는 나를 마지막까지 태워가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나는 지금 잘못 탄 버스안에서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당혹해하고 있는 걸까?


사람 사는 게 버스타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끔은 아무거나 올라타서 등 기대고 편히 잠자고 싶을 때도 있는데....
나중에 피곤이 가시고 나서 그때 다시 갈아타면 될테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뻔히 알면서 목적지가 다른 버스를 탄다는 게 쉽지는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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