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두 남자로도 성공할 수 없었던 영화, 태풍.
이 영화에서 장동건과 이정재, 두 남자는 정말 멋지다.
잘 생긴 남자 장동건 + <태극기 휘날리며>의 신들린 연기로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장동건 + 2005년 제작자가 꼽은 관객동원력 예상 1위 배우 장동건
150억원이라는, 사실 나에게는 그게 엄청난 금액인지 어쩐지도 별로 다가오지 않는 액수의 돈을 투자하여 만든 영화.
2005년의 대미를 장식할 줄 알았던 이 영화는
400만이 조금 넘은 관객을 동원하고, 결국 적자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영화 개봉 전부터
개봉 첫 주면 모를까, 둘째 주부터는 다른 헐리우드 대작 영화에 밀릴 거라는 영화평론가의 평을 들으며,
영화가 개봉된 뒤로는 관객들의 5% 부족하다는 평을 들으며,
그럼에도...
"우리 장동건이니까 한번 봐줘야 하지 않냐?" 하고 꿋꿋이,
"난 남들의 평은 안 믿어." 하고 우격다짐 봐 주었던 영화.
일단,
이정재..... 음... 그가 대사를 하면서도 그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
영화 속에서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했던, 적지 않으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역할이었지만 그의 몫을 너끈히 해 치웠다.
장동건..... 친구의 확장판! 이라고 해야 하나?
(곽경택 감독은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의 끼를 충분히 표현해 주지 못해 이번 영화에서 그의 모든 면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멋있고, 잘 생겼지만, 그의 이전 영화의 캐릭터를 너무나 충실히 따 놓은 느낌이 아쉬웠다.
게다가 이미연과 장동건의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북한 사투리.
그래서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 개운치 않으며, "우와~" 하는 감탄사를 내 놓을 수 없는 것은 왜 일까?
15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몰랐다면 달라졌을까?
영화는,
영화 <유령>에서 미국 잠수함이 발사하는 어뢰와 겹쳐지고,
영화 <쉬리>에서의 남북대치와 영화<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적이지만 적이 아닌, 남과 북을 가져오고,
아무튼 많은 면에서 무언가와 닮았으며, 무언가가 부족하다.
중요한 건,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기 TV 드라마 삼순이는 여느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부잣집 잘난 아들과 가난한 집 캔디같은 딸의 사랑이야기였고,
또 다른 인기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 역시, 그런 스토리에 출생의 비밀까지... 여느 드라마에서나 갖고 있는 뻔한, 그저 그런 줄거리였다.
현빈은 이 드라마 이전까지는 불리운 적이 없던 꽃미남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고,
박신양은 이를 통해서 무수히 많았던 안티팬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평범했던 배우를 국민배우로 성장시키고, 5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자랑하며, 방송사의 효자상품이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씬(장동건 분)의 탈북한 가족은 남조선행을 희망했으나 거절당하고 다시 북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몰살당한다. 살아남은 것은 씬과 그의 누나 최명주(이미연 분) 뿐이다. 이것이 씬의 증오심의 시작이다.
우리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도 어떤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국제정세에 따라 정치적으로 태도가 변화하는 것 같다.
탈북자를 무조건 동포이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국민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과거에는 탈북자가 오면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했지만... 지금은 간간히 너무 많은 탈북자가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감독은 이 부분을 좀더 명확히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은 왜 끝까지 남한으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남한은 왜 그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는지...
한국이 씬의 행동을 미국 몰래 해결하려고 했다면, 왜 마지막에 미국이 어뢰를 쏠 때까지 그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영화는,
씬의 증오와 그의 누나에 대한 애틋함(사실 이건 그냥 눈감아 줄 수도 있다)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고,
한국은 씬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동포애를 가지고 있는 듯 보여주려 했으나, 보여주려 하는데서 그쳤고, 여전히 미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과 무기력함을 보여줬을 뿐이다.
영화는
어쩌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내려다보니 힘들었을지도,
어쩌면 그냥 먹힐 것 같은 남/북한의 이야기를 끌어왔을 뿐일런지도,
어쩌면 장동건의 멋있는 모습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5% 부족할 따름이다.
거창하게 막을 올렸지만, 그저 그렇게 끝내버린 거다.
사족>
그래서 이 영화와 나의 글은 닮았다.
항상 뭔가가 부족하고 마무리가 어리버리한 나의 글과 닮아서,
그래서 또... 그 영화가 적자 났다니 나는 좀 아쉽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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