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그냥...

약간의 거리 2006. 1. 2. 17:27

이런 것도 어쩌면 나에 대한 나 자신의 고정관념 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자기최면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좋았던 사람이 싫어진다거나

싫었던 사람이 좋아지는 경험을 해 본적이 없었다.

 

좋은 사람은 어떤 짓을 해도 다 이해할 수 있으며 무조건 좋았고,

싫은 사람은 그냥 그 존재가 눈앞에 있는 것도 버거웠다.

 

 

내가 서른살쯤 되었을 무렵,

정말 좋아하던 사람을 미워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게 싫어서 나는 그곳에서 도망쳤다.

미움이란 사랑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므로,

1년, 2년.... 시간이 흐르며 미움이 가셨다.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나는 이별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한번 좋아하면 계속 좋아하니 헤어질 수가 없었고,

한번 싫으면 계속 싫으니 첨부터 다가서지 않았다.

 

 

뭐든 일찍 배우는 것이 좋다.

늦게 배우는 것은 더 많은 두려움을 갖게 하니까.

너무 늦게 이별을 배웠는데... 그것이 어렵고,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이별이 두려우니 만남을 시작하는 것도 피하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마음을 잘 접을까?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게 돌아설 수 있을까?

어떻게 어제까지 좋았던 사람이 오늘부터 그립지 않을 수 있으며

방금 전까지 사랑한다 말했던 사람의 전화를 거부할 수 있을까?

 

 

사랑이란 것이 그 시작을 알 수 없게 서서히 물들어 오듯이

이별이란 것도 그렇게 오랜시간 마음의 준비를 거쳐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사람은 모두 다른 거니까...

사랑에 한 순간 풍덩 빠져들듯이

이별도 그렇게 거울처럼 앗차하는 순간 깨져버릴 수도 있는 모양이다.

 

 

 

 

********************************************************* 사랑이 시작될 때.. 중에서

가끔씩 고개를 들어 몰래 그를 바라보곤 합니다.

어떨 땐 혹시 내가 지켜보고 있는 걸 그가 눈치라도 챌까 싶어 살짝 눈만 치켜뜨기도 하지요.

(중략)

 

책상에 엎드려 그를 보고 있습니다.

얼굴을 보면 그가 시선을 느낄지 몰라서 단정하지 못한 그의 넥타이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략)

 

 

나의 마음이 자꾸만 그에게로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아아,

어찌하면 좋을까요.



나의 마음이 지금 상태에서 멈춰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이별을 해야 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냥 이 정도의 거리에서

언제까지나 그를 지켜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그의 마음이

나는 참 좋습니다.


나의 마음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마음처럼

이제 그만 이 자리에 멈춰 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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