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때 종로나 영등포를 찾았던 시절이 있다.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 조금더 걸으면 씨네코아, 허리우드, 코아아트홀이 있는 종로는 영화의 메카였다.
명보와 중앙이 조금 멀리 있었고, 더 먼 거리에 달랑 서 있는 대한극장이 기우는 시기였다. (지금은 예전 대한극장의 어마어마한 스크린이 그립다)
영등포는 되도록 가고 싶지 않은 동네지만 그래도 연흥과 경원이 마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끔... (으랏차차 스모부 라는 영화를 본 체육관처럼 생긴 극장도 있었는데... 이름 생각 안남)
강남역에 동아(주공공이로 바뀌었다.. 지금은 그도 없지만) 옆에 씨네플렉스가 생기면서는 그곳도 찾기 시작했다.
극장이 몰려 있는 곳을 찾는 이유는
많아야 두세개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극장에서 내가 볼 영화가 없거나 시간이 맞지 않으면 얼른 길 건너 극장으로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달랑 극장 하나만 있는 곳을 가게 되면, 그냥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으니까.
소위, 멀티플렉스라고 불리우는 영화관들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정말 좋았다. 이제는 그곳만 가면 적게는 7개 많게는 10개가 넘는 상영관을 행복하게 둘러보며 편안히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을 중 알았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었다.
처음 얼마동안은...
간혹 2개의 상영관에서 하나의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러닝타임이 너무나 길고 관객도 많이 들기 때문에 2개 정도의 상영관에서는 보여주어야 나에게도 차례가 돌아오는 영화였다.
시간도 1시간 정도를 두고 번갈아 시작해서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했다.
(아마도 기억엔... 타이타닉, 킹덤 같은 영화가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영화 보기가 너무나 힘들다.
극장도 많아졌고, 상영관도 많아졌는데... 영화가 없다.
매주 보는 영화잡지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개봉작이 올라오고, 현재상영작도 페이지를 넘기며 봐야하는데
지금 10개가 넘는 상영관을 가진 극장에서 하고 있는 영화는 달랑 4편이다.
그나마 지난 연말보다는 나아졌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제는 더이상 길건너 다른 극장까지 뛰어가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영화는 많이 만들어지지만 극장에서 보여주는 영화는 정해져 있다. 모두가 짰나보다.
무엇을 볼지의 선택권이 나에게는 없다.
단지 어디서 볼 건지만을 결정하면 된다.
고민을 줄여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요즘엔 커피숍을 가거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을 때,
"야~ 통일해. 그래야 빨리 나온단 말야!" 이런 말 같은 거 하지 않는다. 오히려
"딴거 시켜. 그래야 같이 먹지!" 한다.
그런데 극장주들은
"야, 남들하는 거 해. 그래야 돈 벌지" 하나부다.
극장이 무슨 공산품 생산 공장이냐? 영화가 무슨 대량생산하는 공산품이냐구?
그나마 예술극장... 같은 것들이 생겨나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가 보고 싶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전국을 통틀어 단 1개의 상영관에서만 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면 좋겠다.
(그나마 그 1개의 상영관이 존재하는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영화를 통일하고,
의견을 통일하고,
생각을 통일하고,
모든 걸 통일하는 이 나라가 조금은 무섭다.
그런데 왜?
나라는 통일을 못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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