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날씨

그와 그녀 5

약간의 거리 2004. 3. 17. 09:55
 

비가 오고 있다.

많이는 아닌데 추적추적 내리는 모습이... 좀... 우울하다.

그리고 오늘은 그 아이도 이상하다.

원래 말수가 적기는 하지만 유난히 조용하고,...

에이,

아무튼 오늘은 이상 야리꾸리한 날이다.

날씨도, 기분도.


일찌감치 집에 간다고 버스를 탔는데

웬일로 바래다 준다고 한다. 중간에 갈아타겠다고 하면서.

후후^^ 우리가 첨으로 같이 차를 타를 거다.

괜히 설레고 기분이 좋았는데...


이게 뭐람?!


나는 그 아이의 뒷통수만 바라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앞에 앉을 껄. 그럼 나는 옆으로 앉아서 쉼없이 재잘거려줄텐데...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오늘 왜 우울해?

-비가 와서요.


그래, 오늘은 모든게 이상하다.

내내 조용했던 것도.

느닷없이 바래다 준다는 것도.

그래 놓고선 저렇게 등 돌리고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도.

애써 말 시켜도 눈 한번 맞춰주지 않는 것도.


갑자기 비가 싫어진다.

내일은 날이 맑았으면 좋겠다. 비 때문에 우울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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