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태어난지 어언 2주.
집안의 크고 작은 분란과 결코 소소하지 않은 사건들을 겪으며 태어난 녀석이다.
그 무수히 많은 사건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고,
어쨌거나 태어나기 직전
내 동생은 병원을 세번이나 왕복했다.
-배 아퍼
-가진통일거야.
-언니가 뭘 안다구 그래~
하던날 병원갔다가 툇짜맞고 돌아오고,
다음날 또 갔다가 되돌아 오고,
그다음날 또 갔나(?)
아무튼 의사가 이러다간 아기 낳기 전에 열번은 오겠다고 했을 정도니까.
순풍 낳아야 한다며 한꺼번에 계단을 두칸씩 오르내려 나를 간 떨리게 하더니
결국엔 순풍!~ 낳지 못해 수술을 했다.
병원서 6일
우리집에서 3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 지난 월요일
드디어 아기의 이름을 짓겠다며 작명소를 찾았다.
승호
동훈
범규
뭐가 좋아?
시아버지가 넣아야 한다던 돌림자 '희'는 뭐라구 뭐라구 이유를 대며 아무튼 결론은 '채'라는 성과 맞지 않아 쓰면 안된다는 거였다.
자기 부부는 '동훈'이 좋다고 했는데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한 결과는 '승호'가 압도적이었다.
시댁에 전화를 했더니 돌림자를 안 쓰는 건 안된다며 화만 내신다하고,
(사실은 돌림자 쓰기 싫어 작명소 간 것임... 시부모님 설득할 핑계 찾을라고^^ 그런데 정말 안 좋다고 하니...)
제부는 승호라는 이름은 주변에 안 좋은 기억만 있어 절대 쓸 수 없다고 하고,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니들이 좋은 걸로 해."
"부모가 맘에 드는 걸로 해야지."
이름 받아다 놓고 일주일이 지났다.
어제 집에 갔더니 드디어 결정을 했단다.
내내 고민하는 동생을 보다못한 친구,
"좋아. 내가 MSN에 투표를 해 주겠어!!"
-승호라는 이름이 가장 발음이 잘 되고 좋아요. 꼭~ 승호를 써야 합니다.
-동훈은 너무 개구진 느낌이고 승호는 똘똘할 것 같아요...
아~~~ MSN에서조차 승호가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결국,
나의 첫 조카 이름은 어제 오후 '채승호'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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