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네 엄마 하기 싫어!

약간의 거리 2005. 12. 9. 15:48

 

- 엄마, 이거 단추 떨어졌어. 달아줘

- 너가 해

- 엄마가 해줘~ 이거는 단추 커서 잃어버릴 염려 없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지난 달인가,

새로 사온 블라우스를 입어보다가 그만 단추가 떨어졌다.

엄마가 달아주겠다고 두라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길래 물었더니

"아참, 그거 단추 달려고 하는데 맞는 색깔 실이 없어서 저쪽 방에 갔는데 단추를 떨어뜨렸어.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네. 아이, 그거 참 조그마 가지구..."

"모야? 그럼 새 옷을 입어보지도 못한다는 거야? 단추 때매!"

 

비슷한 모양의 단추를 찾아봐도,

단추를 통째로 바꾸려고 해도 적당한 게 없어서... 결국 입어보지도 못했는데 계절이 바뀌고 말았다.

 

 

- 엄마, 이거 맨 위의 단추를 떼어서 옮기면 어떨거 같아? 어차피 여기는 안 채울 것 같은데...

- 내가 저번에 그렇게 하자니까...

- 그래? 엄마가 그랬었어?

- 그래.

- 음... 그럼 내가 한번 입어볼께....... 어때? 우리 이렇게 하자.

 

 

결국 그렇게 타협을 해서 두 옷 모두 단추를 새로 달았다.

 

 

- 지금 나이가 몇인데 엄마한테 단추까지 달아달라고 하고... 앞으로 네 옷은 네가 알아서 해.

- 싫어!

- 왜?

- 엄마가 있는데 왜 내가 해? 엄마가 딸 옷 단추도 안 달아주냐?

- 나 너 엄마 하기 싫어!

- 왜?

- 단추 달아주기 싫어서.

- ㅋㅋㅋ 참내... 그건 이미 수정 불가라고 저번에 내가 말 해줬잖아. 엄마는 이미 한번 선택하면 물를 수 없게 되어 있다니깐. 그러니까 처음부터 많이 생각해 봤어야지. 나봐~! 아직도 생각하느라고 엄마가 못 되고 있잖아.

 

 

엄마가 너털 웃는다.

 

사실 늦은 밤에 들어와서는 졸리운데다가, 지난번 단추 분실 이후 틈만 나면 그걸 꼬투리 잡는 통에 엄마가 조금 삐쳐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해서 대충 위험상황이 넘어갔다.

 

 

내가 반찬 투정을 한다거나,

집안 일이 너무 많아 지칠때면 엄마는 늘 '엄마'를 그만 두겠다고 한다.

그러면 나도 말한다.

그건 벌써 아주 오래오래 전 옛날에 선택이 끝난 일이라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선택 했기 때문에 너 혼자 다 책임지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엄마의 선택이 엄마에게 잘한 일로 남으려면

그 책임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내가 같이 져야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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