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입구에 낙엽송이 한 그루 있다.
우리 동네에서는 드물게 매일같이 골목을 청소하는 앞집 아주머니...
그 나무가 여간 귀찮은 모양이다.
"아후~ 쓸어도 쓸어도 끊이 없어. 대체 언제 다 떨어져. 저 집 사람들은 생전 안 쓴다니까."
봄에 꽃이 피었을 때는 모두가 예쁘다며 좋아했는데... 이제는 구박덩이가 되었다.
며칠 전 저녁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하는 조카를 완전 무장시켜 데리고 왔을때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도 아닌 것이,
앙상한 가지에 물든 나뭇잎도 버거워 토해내는 것이 참 안타까왔었는데...
그날 밤 조카랑 나랑은
지난 여름 밤에
비와 태풍이야기를 나눈 이후 두번째로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와~ 나뭇잎 봐. 색깔 이쁘지?
근데 너 왜 나뭇잎이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알아?
음... 그건 말이지 나무가 물을 안 먹어서 그래. 할머니가 화분에 물 안주면 나뭇잎이 말라서 떨어지는 거 봤지?
왜 안 먹냐구?
너 냉동실에서 하드 먹는 거 좋아하지?
물은 날씨가 추워지면 그렇게 꽁꽁 얼어버리거든. 그래서 나무가 물을 많이 먹으면 가지가 하드처럼 단단하게 얼어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나무가 죽어버리잖아.
그래서 겨울이 되면 날씨가 추워지니까 나무가 물을 안 먹는 거야.
그치만 나뭇잎이 떨어진다고 죽지는 않는다.
봄이 되어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잎이 나온다. 진짜 신기하지?
아!
그렇다구해서 너두 물을 안 먹어야 되는 건 아니야.
넌 집에 들어가면 따뜻하잖아.
그러니까 물 많이 마셔도 안 얼어.
그럼... 날씨도 추운데 우리 그만 집에 들어가서 물 마실까??
집에는 절대 안 들어갈 거라고 때쓰던 녀석이
내 말을 알아 들었나?
왠일인지 순순히 집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근데......
아기를 데리고 놀려니 너무 모르는게 많다.
지난번 태풍이야기도 대충 지어내서 엉터리도 들려주었는데......
이러다가 나 때문에 맨날 엉터리 지식들만 갖게 되면 어떻게 하지?
생활과학이야기... 같은 공부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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