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와 외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사회에서 여러가지 혜택(? 예를 들면 경조휴.. 같은 것)을 보면,
친가는 가족같지만, 외가는 남같은 인상을 줬다.
그런데 내 생활을 보면 그 반대였다.
친가는 낯설었지만, 외가는 피붙이 같았다.
고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모는 아빠의 누이. 그래서 연세가 많으셨다.
이모들은 엄마의 동생. 그래서 젊었다.
이모는 언니 같은 느낌이고, 고모는 먼 친척뻘 할머니 같이 느껴졌다, 늘.
고모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따져보니
이모랑 고모랑 차이가 없는건데... 고모는 늘 멀고, 어려운 사람 같기만 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
슬프고 숙연해야 하는 길이어야 할 것 같은데 마음은 하나도 그렇지가 않았다.
오랜만에 타보는 기차에 조금은 설렜고,
엄마랑 같이 가는 여행같아 좋았다.
영안실에 도착해서야 조금 마음이 복잡해졌다.
고생만 하다가 간 고모가 안 됐고,
하나뿐인 누이를 떠나보내는 자리에 함께 오지 못하는 아빠가 안 됐다.
고모,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힘도 들지 말고,...
그리고 우리아빠도 고모 따라가는 날까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나에게는 아빠가 더 우선이고, 산 사람이 더 걱정되어서 많이 죄송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많았다.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
저 사람들 중에 망자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죽는다는 건 그런 건가보다.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는거.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나를 떠나보낸 사람들이 둘러앉아 한시간쯤만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지.
고모를 묻고
오빠 집에 모였다.
막내 언니가 결혼한게 내가 이 사람들을 본 마지막이다.
그 언니의 큰 아이가 열살이 되었다고 하니...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었다.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고모한테 고맙다고 생각했다.
고모가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이렇게 마주앉지 못했을테니...
그리고 그 곳에 나를 '고모'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었다.
내려갈때,
이번이 지나면 다시는 만날 일 없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 아이만큼은 잊히지 않고 계속 연락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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