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아기에게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약간의 거리 2005. 5. 27. 11:19



 

 

- 너! 그러면 안돼!

- 아아앙~

- 하지마!

- 어~어!

- 왜 때려! 때리면 안되는 거야

- (손을 번쩍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는 아기)

 

 

 

15개월 된 조카는 세상에 거칠것이 없다.

누가 "하지마!" 하고 소리치면 알 수 없는 소리로 자신도 고함을 치고,

누군가를 때렸는데 하지 말라는 큰소리가 들리면 눈을 한 번 맞추고는 또 때리고,

숟가락으로 밥상을 두드리다가 말리는 소리가 들리면 더 쌔개 두드린다.

그렇게 몇번씩 하지 말라는 일을

야단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면서 꿋꿋히 하다가

결국엔 끌려가던가,

아니면 씩~ 웃고는 저 스스로 돌아선다.

 

 

야단치는 어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똑같이 큰소리를 치는 아기.

 

 

- 쟤 좀 봐. 겁이 없다니깐

- 뭘 믿고 저렇게 대드는 거야?

 

 

 

상대가 소리치니 함께 소리치는 것이고

상대가 웃으면 따라 웃는 것이다.

 

무엇을 할까? 말까? 눈치 살피지 않고,

이 사람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고민하지 않는다.

 

그 녀석,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는지 알았더니 나와 평등하다 느꼈던 거다.

 

 

 

나이가 들면 머리를 굴려야 한다.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척,

싫지만 싫지 않은 척,

불편하지만 편한 척,

밉지만 무관심한 척,

상처받았지만 아프지 않은 척,

~척

~척

~척

 

 

척 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 아기는 그래서 사랑스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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