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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이야기1_엄마와 딸①

약간의 거리 2005. 10. 10. 11:29

 

 

엄마는 1985년 직장생활이라는 걸 시작하셨다.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다가, 또 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어렵게 시작하게 된 직장생활이었다.

힘이 들어 곧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고,

그나마 직장이라도 다녀야 세상 구경도 하며 자유로울 수 있어 좋기도 했다.

 

20년.

길고도 짧은 시간.

 

 

이번 여행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일한 사람 중 정년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회사가 베푸는 혜택이다.

2인기준 여행경비 500만원 지원. 모두들 부부동반으로 떠나는 여행길이라 혼자 가기는 그렇구... 그래서 어찌저찌하다보니 아직 결혼도 안 했겠다, 회사서 휴가도 내기 좋겠다... 내가 엄마의 파트너로 낙점이 된 거다.

 

 

2005년 9월 21일

추적추적 가을비 치고는 제법 비가 내리는 아침...

드디어 너무도 다른 엄마와 나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공항에 가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뭐든 먹어야 한다는 엄마.

탑승구에서 일행과 모이기로 한 시간을 20분 정도 남겨두고, 엄마는 우동을 나는 스시롤을 먹었다.

비행기를 타고 3시간쯤 지나 처음 기내식이 제공되었는데 엄마는 속이 안 좋다며 밥을 못 먹겠다고 했다.

 

-왜? 소화제 줄까?

-아니. 아까 먹은 게 좀 그렇네

 

2시간 쯤이 지나서 또 언제 밥 주냐고 묻는 엄마.

-배고파? 아까 스튜어디스가 밥 남겨 놓는다구 했어. 그거 달라구 할까?

-아니. 그럼 또 남들 먹을 때 못 먹잖아. 참았다가 그때 먹을래.

 

그리고 나서도 4시간이 지나서야 밥이 나왔으니... 참 오래도 견디셨다.

 

 

드디어 로마에 도착~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귀가 닳도록 가방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엄마의 단속이 시작됐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숙소로 달린다.

인천에서 낮 1시에 비행기를 탔는데... 이제 겨우 오늘의 놀이 지고 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로마시내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9월 21일에 나는 무려 5끼의 식사를 한 셈이다.

 

그리고 도착한 숙소.....

아~

너무도 다른 엄마와 나...

내일 아침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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