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1985년 직장생활이라는 걸 시작하셨다.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다가, 또 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어렵게 시작하게 된 직장생활이었다.
힘이 들어 곧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고,
그나마 직장이라도 다녀야 세상 구경도 하며 자유로울 수 있어 좋기도 했다.
20년.
길고도 짧은 시간.
이번 여행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일한 사람 중 정년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회사가 베푸는 혜택이다.
2인기준 여행경비 500만원 지원. 모두들 부부동반으로 떠나는 여행길이라 혼자 가기는 그렇구... 그래서 어찌저찌하다보니 아직 결혼도 안 했겠다, 회사서 휴가도 내기 좋겠다... 내가 엄마의 파트너로 낙점이 된 거다.
2005년 9월 21일
추적추적 가을비 치고는 제법 비가 내리는 아침...
드디어 너무도 다른 엄마와 나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공항에 가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뭐든 먹어야 한다는 엄마.
탑승구에서 일행과 모이기로 한 시간을 20분 정도 남겨두고, 엄마는 우동을 나는 스시롤을 먹었다.
비행기를 타고 3시간쯤 지나 처음 기내식이 제공되었는데 엄마는 속이 안 좋다며 밥을 못 먹겠다고 했다.
-왜? 소화제 줄까?
-아니. 아까 먹은 게 좀 그렇네
2시간 쯤이 지나서 또 언제 밥 주냐고 묻는 엄마.
-배고파? 아까 스튜어디스가 밥 남겨 놓는다구 했어. 그거 달라구 할까?
-아니. 그럼 또 남들 먹을 때 못 먹잖아. 참았다가 그때 먹을래.
그리고 나서도 4시간이 지나서야 밥이 나왔으니... 참 오래도 견디셨다.
드디어 로마에 도착~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귀가 닳도록 가방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엄마의 단속이 시작됐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숙소로 달린다.
인천에서 낮 1시에 비행기를 탔는데... 이제 겨우 오늘의 놀이 지고 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로마시내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9월 21일에 나는 무려 5끼의 식사를 한 셈이다.
그리고 도착한 숙소.....
아~
너무도 다른 엄마와 나...
내일 아침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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