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인 어떤 남자가 있어요.
하루는 제 전화기를 빌려쓰던 남자가 묻습니다.
"통화버튼이 어떤 거야?"
"초록색이요."
"응? 어느건데?"
"아이~ 참..."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가 색맹이어서 이렇게 말해 주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제 전화기는 통화버튼은 초록색 전화기, 종료버튼은 붉은색 전화기로 되어 있거든요.
"왼쪽꺼요."
새로 개통된 7호선 전철역을 걷다가 그가 제 곁으로 다가와서는 조용히 묻습니다.
"7호선이랑 2호선은 색깔이 어떻게 틀려?"
"음... 2초선은 초록색이구요, 7호선은 쑥색...."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색깔 모르면 어때요? 커다랗게 7자, 2자 이렇게 써 있잖아요. 숫자 못 읽어요?"
"그게 아니구.... 가끔 후배들이 -선배! 이거랑 이거랑 어떻게 틀린지 알아요- 하고 묻거든...."
"그 사람들은 왜 그런 걸 물어요? 정말 웃겨!!!
그냥 2초선은 초록색이고, 7호선은 쑥색이라고 얘기 하세요."
그런데 그 차이를 뭐라고 설명해 주어야 할지가 왜그리 막막하던지....
다음날 미술을 전공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묻습니다.
"색맹인 사람한테 초록색이랑 쑥색이랑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어떻게 하지?"
"그냥 초록은 풀밭색이라고 하고, 쑥색은 거기에 노란색이 더 많이 섞인 거라고 해."
"응......"
어느날엔가...
"와~~ 오늘 넥타이 멋지네요"
"응. 이게 디자이너가 선물해 준거거든. 근데 말이지, 나는 색맹이니까 색깔을 잘 모르잖아.
그래서 그런가? 사람들이 내가 고른 넥타이는 촌스럽게 화려하다고 하더라."
그리고 며칠이 지난 점심시간에 같은 사무실 여직원이 얘기를 합니다.
"오늘 아무개씨 넥타이 진짜 촌스럽지? 어떻게 그런걸 매냐? 아까 말해 주려다가 참았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그는 자기가 오늘 매고 나온 넥타이의 촌스러운 붉은 색을 모를테니까요.
가끔 하늘을 보며 얘기를 합니다.
"오늘 하늘 진짜 파랗죠. 정말 가을하늘 같다!"
무심히 고개를 따라 들고는 "으응..."하며 얼버무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앗차!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은 화가 나고, 가끔은 우습고, 가끔은 미안합니다.
저는 우산을 좋아합니다.
하늘색, 연한초록색, 분홍색, 노란색, 붉은색, 그리고 자주색 우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늘색과 분홍색 우산을 주로 쓰는데
한번은 제 하늘색 우산을 빌려갔던 그가
다음날 연한 초록색 우산을 들고 왔습니다.
새 우산이고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우산이니까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말입니다.
"이거 제 우산 아닌데요?"
"그래? 이상하다. 문 앞에 뒀다가 그대로 들고 왔는데..."
"제껀 하늘색이란 말이에요.(앗차! 또 그랬군....) 암튼 제껀 아니에요."
얼마전에 검은색 우산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이제는 그에겐 검은색 우산만 빌려 줍니다.
다음날 아침이면 착오없이 제가 빌려준 우산을 들고 나옵니다.
날씨에 맞춰 따뜻하게, 혹은 가볍게 옷을 챙겨 입을지도 모르고,
비오는 날이면 사무실 어딘가 굴러다니는 고장난 우산을 찾아쓰고 나가는 그를 위해
그 검은 우산은 언제나 제 책상 귀퉁이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날만 잔뜩 흐리고 비가 오지 않아서
그 우산에 뽀얗게 먼지만 쌓이고 있네요.
창밖 공기 중에 뽀얗게 끼어있는 황사처럼 말이죠.
하루는 제 전화기를 빌려쓰던 남자가 묻습니다.
"통화버튼이 어떤 거야?"
"초록색이요."
"응? 어느건데?"
"아이~ 참..."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가 색맹이어서 이렇게 말해 주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제 전화기는 통화버튼은 초록색 전화기, 종료버튼은 붉은색 전화기로 되어 있거든요.
"왼쪽꺼요."
새로 개통된 7호선 전철역을 걷다가 그가 제 곁으로 다가와서는 조용히 묻습니다.
"7호선이랑 2호선은 색깔이 어떻게 틀려?"
"음... 2초선은 초록색이구요, 7호선은 쑥색...."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색깔 모르면 어때요? 커다랗게 7자, 2자 이렇게 써 있잖아요. 숫자 못 읽어요?"
"그게 아니구.... 가끔 후배들이 -선배! 이거랑 이거랑 어떻게 틀린지 알아요- 하고 묻거든...."
"그 사람들은 왜 그런 걸 물어요? 정말 웃겨!!!
그냥 2초선은 초록색이고, 7호선은 쑥색이라고 얘기 하세요."
그런데 그 차이를 뭐라고 설명해 주어야 할지가 왜그리 막막하던지....
다음날 미술을 전공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묻습니다.
"색맹인 사람한테 초록색이랑 쑥색이랑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어떻게 하지?"
"그냥 초록은 풀밭색이라고 하고, 쑥색은 거기에 노란색이 더 많이 섞인 거라고 해."
"응......"
어느날엔가...
"와~~ 오늘 넥타이 멋지네요"
"응. 이게 디자이너가 선물해 준거거든. 근데 말이지, 나는 색맹이니까 색깔을 잘 모르잖아.
그래서 그런가? 사람들이 내가 고른 넥타이는 촌스럽게 화려하다고 하더라."
그리고 며칠이 지난 점심시간에 같은 사무실 여직원이 얘기를 합니다.
"오늘 아무개씨 넥타이 진짜 촌스럽지? 어떻게 그런걸 매냐? 아까 말해 주려다가 참았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그는 자기가 오늘 매고 나온 넥타이의 촌스러운 붉은 색을 모를테니까요.
가끔 하늘을 보며 얘기를 합니다.
"오늘 하늘 진짜 파랗죠. 정말 가을하늘 같다!"
무심히 고개를 따라 들고는 "으응..."하며 얼버무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앗차!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은 화가 나고, 가끔은 우습고, 가끔은 미안합니다.
저는 우산을 좋아합니다.
하늘색, 연한초록색, 분홍색, 노란색, 붉은색, 그리고 자주색 우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늘색과 분홍색 우산을 주로 쓰는데
한번은 제 하늘색 우산을 빌려갔던 그가
다음날 연한 초록색 우산을 들고 왔습니다.
새 우산이고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우산이니까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말입니다.
"이거 제 우산 아닌데요?"
"그래? 이상하다. 문 앞에 뒀다가 그대로 들고 왔는데..."
"제껀 하늘색이란 말이에요.(앗차! 또 그랬군....) 암튼 제껀 아니에요."
얼마전에 검은색 우산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이제는 그에겐 검은색 우산만 빌려 줍니다.
다음날 아침이면 착오없이 제가 빌려준 우산을 들고 나옵니다.
날씨에 맞춰 따뜻하게, 혹은 가볍게 옷을 챙겨 입을지도 모르고,
비오는 날이면 사무실 어딘가 굴러다니는 고장난 우산을 찾아쓰고 나가는 그를 위해
그 검은 우산은 언제나 제 책상 귀퉁이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날만 잔뜩 흐리고 비가 오지 않아서
그 우산에 뽀얗게 먼지만 쌓이고 있네요.
창밖 공기 중에 뽀얗게 끼어있는 황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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