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지금 행복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

약간의 거리 2001. 4. 13. 00:33
창밖에서 들어오는 밤바람이 아직은 춥다.

오늘 내가 만난 사람은 지하철 역안 신문가판대.
그 좁은 공간에서 시를 쓰는 사람.

처녀시집이 나온 건 며칠 안 되었지만,
이 아주머니가 그 좁은 가판대 안에서 시를 쓴다는 건
그 지하철 역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


14살이나 차이나는 오빠는 도시로 떠나있고,
나는 첩첩산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간혹 오빠가 보내주는 방정환의 시를 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해지는 모습에 넋을 잃고 감탄하고
1,2분 간격으로 들고나는 지하철 소음 속에서 모짜르트를 듣다가
복권을 사러오는 손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
좋아하는 음악속을 마음껏 떠돌지 못하는 현실에 슬퍼하는
소녀같은 마음을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등단을 했고,
그리고도 7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시집을 냈다.

어려서부터 따로 살아 가족같은 느낌이라곤 없었던 식구들이
내가 출판을 하면서 다시 뭉쳤다.
너무나 소녀같은, 너무나 현실적이지 못하고 감상적인 엄마가 시집을 냈다고
이제는 식구들도 기뻐해 준다.

오늘도 지하철 역사 건너편으로 붉은 해가 진다.
땅 속에 있는 신문 가판대가 아니어서
지는 해를 볼 수 있으니 한평도 안되는 이 공간이 나에겐 행복의 공간이다.



이 아주머니를 물어물어 찾고 있는데
마침 지하철에서 내린 승객이 쫓아와 알려주더군요.
석간신문에 난 기사를 오려내면서,
"이런 걸 붙여두면 장사가 더 잘되서..." 라고 하던
내가 인터뷰 하겠다고 찾아와 준 사실에 연신 허리를 숙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던
아주머니 얼굴을 떠올리면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모두 유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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