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찾느라 책장을 뒤적이다가 오래전 편지들을 찾아냈다.
메일로 주고 받았던 편지랑
인터넷 여기저기에 내가 썼던 글들..
아주 오랜동안 장문의 편지를 주고 받았던 어떤 사람이 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두해 정도 편지만 주고 받았는데
그 사람에게,
그 사람 역시 내게
참 많은 이야기들을 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이런 이야기도 했었구나. 이렇게나 빨리.
나는 낯가림이 몹시 심하다.
늘 만나더 친구 무리에 모르는 얼굴이 하나라도 끼어 있을라치면
그날은 헤어질 때까지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친구들은 내내 눈치를 보게 되고,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있으면 꼭 미리 전화로 물어본다.
그럼 내 답은 늘 같다.
"난 안 갈래. 다음에 봐."
그치만 내가 낯가림이 심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친구는 -우리는 멜을 주고 받은지 한달쯤 되었을 때 자연스레 친구가 되기로 했다-
내가 낯가림이 심하다는 걸 아는 몇 안되는 친구중 하나다.
그런데 한달도 안 되었을 때 나는 벌써 그 친구에서
대학 내내 함께 다닌 친구에게도 하지 않은 말들을 쏟아 냈었다.
그 친구와 처음 만나 건 월미도에서 였다.
태어나서 두번째로 바이킹을 탄 날이기도 하다.
놀이공원에 가서 자이로드롭만 종일 타다 나왔다는 그 친구는
놀이기구 타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나에게
그 무시무시하다는 월미도 바이킹을 두번이나 태웠다.
자유공원을 거쳐
동인천역 근처의 음악다방(?)까지
신청곡으로 써낸 에이서플라이 굿바이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느라 힘들었었지.
그 친구를 만나고 나서 늘 염려했었다.
우리는 서로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친해진 사이가 아니었나.
괜히 만나서 친구 하나 없어지는 거 아닌가.
그런 염려를 하면서도 늘 연락하는 건 그 친구였다.
지난해던가?
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내가 먼저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왠 낯선 여자의 음성...
메일도 띄워봤지만 답장이 없다.
"안녕하세요?"
라는 상투적인 인사로 시작한 메일을 보내주던 친구
'공존의 이유'라는 시를 나누며 각자 그런 가슴시린 사랑을 하는 건 아닌가 맘 아퍼 하고,
그렇게 적당히 악수하며 헤어질 준비를 하는 바보들이면서
결코 바보가 아니라고 서로를 위로해 주던...
그 친구는 이제
내 사랑이 너에게 부담이 되는 건 아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걸까?
처음 만난 날의 염려처럼 이제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게된 그 친구가 궁금하다.
그 노래... 이승환의 <다만> 이나 오랜만에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