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버스가 한강다리 위에 멈춰서 있을 때
‘갑자기 다리가 무너지는 거 아닐까?’
무슨 공사 현장 아래서 길이 밀려 더 이상 가지 못할 때,
‘저 위에서 무거운 철판 같은 게 떨어지면 어쩌지?’
교통재해 보험은 들었으니까 뭐.. 남은 식구들한테 남겨 주는 건 있겠군.
그걸루 내가 쓴 카드값은 매꿀 수 있겠지.
그럼 뭔가 유언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데...
죽기 전에 만나야 될 사람이 누가 있더라~~~
결론은 늘 같다.
갑작스런 죽음은 좋지 않다는 거다.
모든 일에 준비과정이 필요하듯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충분히 슬퍼해 줄 시간은 필요한 거다.
사실 슬픔에 “충분히” 라는 표현은 별루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을 수 있을만큼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다.
가을이 와서인지,
시월이 지나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곧 이별을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실 이 이별은 너무도 많이 반복됐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늘 아팠다.
사람에겐 면역되지 않는 것이 많이 있다는 걸 반복된 이별을 통해서 알게 됐다.
반복된 이별이라는 건
언젠간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준비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깨달을 즈음에 진짜 이별 -그러니까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이별을 하게 되는 거다.
몸 안 곳곳에서 나의 기운이 조금이 새어나가는 것처럼, 처음엔 손가락에 기운이 없더니
다음엔 눈을 크게 뜨는 게 힘이 들고
그 다음엔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그렇게 조금씩 생활의 템포가 느려진다.
목소리가 작아진다.
마음은 여전히 아프다.
그런데도 참 담담하다.
난 슬픔 같은 것에서 허우적대지 않을 만큼 충분한 준비를 거쳤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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