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저 사람들은 왜 멀쩡한 거지?

약간의 거리 2003. 10. 31. 23:11

사무실 일로 광주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가는 날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차를 끌고 마중을 나와 다시 돌아오는 날 공항까지의 배웅까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왔죠.


광주도 이제는 번화한 도시의 티가 나는 듯 싶었습니다.
몇년전 갔을 땐 깔끔한 신도시 같은 느낌이었는데
출퇴근 시간에 벌어지는 정체, 빼곡한 아파트, 지하철 공사현장 등...

행사내내 함께 했던 사람들은 30대 중후반, 대부분은 40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80년 그날에는 대부분 고등학생들이었겠죠...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뒤통수를 보면서
진지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지켜보고,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왜 멀쩡하지?'
'그렇게 많을 사람이 죽거나 다쳤는데 왜 저 사람들은 상처가 없지?'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펐습니다.



둘째날 아침 숙소에서 회의 장소로 이동하는 차가 시청을 지나고 도청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날 즈음
동행한 선생님이 생각없이 물었습니다.

"저기가 그럼 금남로 인가요?"

TV나 책을 통해 많이 들어본 이름.
타지 사람들에겐 그저 익숙한 역사적 장소일 뿐이니까요.

"아뇨.. 금남로는 저쪽....."

서른 중반은 되었을 선생님이 말끝을 흐트렸습니다.

'저 사람들도 마음속엔 상처를 품고 사는 거였구나.'

안심이 되면서
또 가슴이 아팠습니다.


도청이 이사가게 되면, 그 이후에

<도청앞>이라는 이름과 <도청앞 금남로> 라는 명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냥 그 자리에 남아 있어주어도 좋았을텐데...


현재가 지나간 자리에서 사람들은

-저기가 도청이 있던 자리야.....

이런 말들을 나누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