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이런 기분은 뭐지?

약간의 거리 2003. 11. 20. 01:02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노총각이 드디어 장가를 간다고 한다.
아주 쑥쓰럽게
"내가 가끔 엉뚱한 짓을 하잖어?"
"무슨 짓이요?"
"너 모르나?"
"제가 모르죠... 언제 봤다고 그런걸 알겠어요."

잠시 침묵

"날을 잡았거든."
"어? 정말요?"
"응"

묻지 않았는데도 날짜와 장소를 술술 말한다.

"이러면 진짜 같지?"
"네. 근데 정말요?... 축하해요!"

무척 생소한 느낌이다.
결혼 발표에 이렇게 흥분하며 축하해 준 사람.... 별로 기억이 없다.
온 마음과 축복을 담아 축하해 주고 싶은 사람.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까 왜 이렇게 마음이 싸~~~~~~~ 한 거지?



사실 이 사람.
내가 중3때 부터 좋아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한때는 내 친구가 좋아했던 사람.
그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서 친구는 몇년째 등돌리고 있다.

"내가 전화해서 말할께. 너 그때까지 모른척 해야돼."
"당연하죠."
"내가 시간 없어서 너한테는 연락 못하니까 대신 해 달라고 할께."
"알았어요. 그럼 웃겨~ 직접해야지 이런 소식을 대신 전하냐~ 그럴께요."
"역시, 니가 뭘 아는 구나... 우리 가족들 말고는 너한테 처음 말한 거야. 너한테 전화 와서 뜨금 했다야"

지난주부터 자꾸만 안부가 궁금타 했더니...


참 이상한 관계의 사람이다.

중2때부터 알았으니까 벌써 몇년을 안거지? 나이 계산이 안되네^^
그런데 아는 게 없다.
그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만난 건 열손가락으로 꼽아도 남으니까.

마지막으로 본게 내가 한창 졸업논문 쓰느라 정신 없을 때니까,
벌써 만4년이 됐다.
1년에 많으면 서너번 통화하는 사람.
그런데도 서로 굉장히 친하고, 너무 많이 아는 사람 같은...


어쩌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람.



이상한 관계라 지금 내 기분도 이상한 건가?

괜히 흥분되고, 좋으면서,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에고.. 늦은밤 전화할만한 총각 하나가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