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들 연봉이 얼만지 알어?”
“몰라요. 얼만데요?”
“6천만원이래”
“우와~~ 정말요? 설마......”
“참, 연봉 6천만에 월급 올려달라고 파업을 하니......”
“......”
나는 그때 왜 ‘설마...’라고 말했을까?
현대자동차 노사가 합의를 하고 월임금을 9만8천원 인상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는 순간 놀란 게 사실이다.
그나마 내가 제대로 된 월급쟁이를 하던 시절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1년에 고작 1만원이 인상 되었으니까...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 보면
연봉 6천만원 받는 사람의 파업이 어쨌다는 건가?
연봉을 절대치로 놓고서 노동력의 대가를 논해야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 사람들이 일일 8시간의 근무시간 준수해 가며,
근무시간에도 나같은 사람처럼 자기 일 다 보고 적당히 땡땡이치며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고 협의를 하고 있는데......
파업으로 빚어진 사회적인 문제를 염려하며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노동자 파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언론에서 걸고 넘어가는 당장의 임금 몇 푼을 놓고 합의를 못해 장기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야말로 언론의 횡포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면서
노동자와 또 다른 직종의 노동자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그들을 이간질 시키는 농간에 불과하다.
단지 그들은
현재 나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파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 위기를 부추기며,
또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며,
더불어 나와 같은, 그네들보다 훨씬 더 적은 임금으로 생계를 허덕거리며 유지하는 노동자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말로 언론, 기자의 글빨이란 건 이렇게 위대한 힘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장기파업으로 이어지는 노사협상의 근본을 들여다보면
언론에서 떠벌리는 임금 몇 푼의 인상은 대부분의 경우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라던가,
혹은 이번 현대차의 경우처럼 퇴직금 누진제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간혹의 경우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화를 노조측에서 제시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어쨌거나 현대차 노조는 노동자의 최후 생계비인 퇴직금 누진제를 지켜냈다고 한다.
퇴직금은 누진제는 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정액제로 바뀌어 갔고,
IMF를 거치면서, 그리고 이제는 연봉제라는 이름 아래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정부에서조차 기피하고 있다.
월급쟁이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진제와 정액제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알 것이고,
근로자의 입장에서 누진제는 마땅히 요구할 만한 제도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차 노조가 퇴직금 누진제를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사실에 모두가 함께 축하의 말을 건네야 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퇴직금 누진제로의 회기! 에 첫걸음이 될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네~~~ (0) | 2003.08.20 |
---|---|
15년만의 고백 (0) | 2003.08.18 |
내가 먼저 변심하기 (0) | 2003.08.12 |
그 많던 우산은 어디로 갔을까? (0) | 2003.08.07 |
횡설수설 : 꼬리를 무는 생각들... (0) | 2003.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