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답니다.
책 800여권을 훔친 전직 교사의 이야기에요.
그는 지난 3년 동안 부산지역 대형 서점을 돌면서 800여권의 책을 훔쳤는데. 시가로 1천만원이 넘는 금액이라는 군요.
훔치는 방법은 옷 속이나 쇼핑백에 책을 담아 나오는 거구요,
재밌는 건 책 마다 훔친 날짜를 기록하고 서명을 해 두었다네요.
이전에도 두 번이나 검거된 적이 있다죠. 그런데... 아마도 훈방되었을 거에요. 제 생각엔.
그런데 이번에는,
전에 잡힌 적이 있던 서점에서 또 잡혔는데 누군가 알아보고선 상습범이라고 생각해 경찰에 넘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한번에 너무 많은 책을 갖고 나오는 바람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경찰에까지.... 그리고는 전과까지 모두 드러나는 비극이 벌어진 걸 수도 있죠.
도둑질 해 본 적이 있나요?
제가 가끔 묻는 질문이죠.
사실 어떤 것이든 질문을 한다는 건 - 특별히 제가 인터뷰를 위해 누군가를 만났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 상대의 반문도 생각해야 하는 거죠.
얼마 전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제가 동생에게 물었죠.
“도둑질 해 본 적 있어?”
“아니. 근데 훔치고 싶은 생각 든 적은 있어.”
뜻밖의 대답에 저도 엄마도 놀랐죠. 하지만 진짜 놀란 이야기는 그 다음이었어요.
“옷 가게 갔을 때 예쁜 옷 보면 갖고 싶은데 돈이 없잖아. 그냥 갖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게 잘못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 그냥 갖고 싶어서 갖는 건데 뭘.”
정말 황당하죠. 갖고 싶은 물건을 돈이 없어서 그냥 갖는 거니까 잘못이 아니라니.....
뱃속의 아기가 그런 엄마의 생각을 닮으면 안될텐데 말이에요.
이제 제가 고백을 할 차례죠.
전... 사실... 도둑질을 해 본적이 있답니다.
그냥 해 보고 싶어서요.
십여년 전 그때도 TV 뉴스에서 책 도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서울의 한 대형서점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책을 훔쳐가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합니다.
책이라는 건 요즘 다들 설치된 센서에 감지도 안 되잖아요. 그렇다고 가방을 못 갖고 들어가게 할 수도 없는 거고.
그 사람 말이 책을 본다는 건 좋은 건데, 돈이 없어 한권 들고 가는 걸 가지고 경찰에 넘기기도 뭐.. 하고 그래서 대부분은 그냥 야단만 치고 돌려보낸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아까 그 800권이나 되는 책을 훔친 사람도 그렇게 한 두 번은 서점 내에서 대충 마무리되어 돌려보내줬을 거에요.
ㅋㅋㅋ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저도 호기심이 발동 했죠.
정말로 서점은 누가 책을 집어 가지나 않을까... 하는 감시도 없었구요.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식은땀도 나고,
그런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저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고,
또 전공서적 쪽이다 보니 책을 보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어요.
지갑에 돈도 있으니까,... 뭐 걸리면 돈 내고 사면 되지.
책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오래전부터 사려고 생각했던 책이고, 돈도 있었으니까 굳이 훔쳐야 할 이유가 없었는데
정말 야단만 치고 돌려보내는지도 궁금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냥... 도둑질 이라는 게 해 보고 싶었답니다.
아무튼 저는 무사히 책을 가지고 나왔죠.
한학기 또한 공부도 잘 했구요, 지금도 제 책꽂이에 잘 꽂혀 있는데요,
저는 훔친 날짜 같은 건 써 놓지 않았어요. ^^
학교를 졸업할 때 도서관에 기증해 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찜찜하니까)... 기념이니까요.. (제가 태어나서 첨으로 남의 물건 훔친 기념 ^^)
그날 우리 엄마는 두 딸의 고백에 꽤나 충격을 받으셨죠.
와!~~~~ 이 글을 쓰는데도 가슴이 꽉! 막혀 오면서 숨이 안 쉬어지는 거 있죠.
혹시 이 고백을 보고선 경찰에 연락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걱정이다.
참, 저도 책가방에 담아서 나왔어요. ㅋㅋㅋ
그런데 정말,
도둑질 해 본적 없으세요?
아니면 훔치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던 적이라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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