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11월13일(월) --

약간의 거리 2000. 11. 13. 23:27

세상에서 가장 알기 힘든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 사람 중에서도 바로 나, 자신의 마음이다.


청취자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다는 H.
그러게 왜 네 코너를 없앴냐는 주위 사람들의 얘기에,
그 사람 중에 내가 끼어 있었다는 이유로 그녀는 참 많이 상심했다.
'어쩜 언니까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 알면서...'
하는 표정과 함께 그녀의 고개가 돌아간다.

내가 그 상황을 안다는 건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마음은 왜 모르는 걸까?

그건 우리 두 사람이 공통으로 가졌던 고민이었는데...



파업이 시작되고 2주쯤 흘렀을까?
나는 이 파업이 끝나고 나면,
다시 내 본래의 위치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며칠을 그 고민에 빠져있다가
지나가는 말로 그녀에게 그 얘길 꺼냈을 때,
그녀는 자기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힘들게 힘들게 내가 하는 코너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막상 손을 놓으면 정말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런데 그녀는 물론 절반이지만 어쨌거나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야 할 시기 -- 원래의 자리라는게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다시 마이크 앞에 앉을 수 있을까?


어쩜 그 두려움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아니라,
'하기가 싫어지는'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 좋아서, 지금의 이 상황이 더 좋아서
다시 뒷걸음치는 듯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



창 밖이 뿌옇다.
날이 맑다고 하는데... 유리창이 깨끗하지 않아서 일까?
목소리 듣고 싶으면 전화 하라던 K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목이 멘다.
"미안해. 전화 끊어야 겠어."
"왜? 또 끊어야 돼?"
"아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지금 통화를 못하겠어."

나뭇가지가 점점 여위어 간다.
그 여윈 모습이 너무 슬프다.

바깥 공기가 마시고 싶다. 바람 냄새. 하늘..............
그런 것들이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