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네가 전화해 줘서 행복해^^

약간의 거리 2005. 8. 11. 16:33

제가 못하는 많고 많은 일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화걸기' 랍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많큼 전화를 걸고 받을 일이 흔한 요즘이지만,

아직도 제게는 너무 어렵고, 그래서 서툰 일이죠.

 

 

집에만 전화가 있던 시절에는 학생이어서 였을까요? ... 전화를 걸 일이 없었어요.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회사에서 전화를 했고, 것두 업무적인 것이 아니면 용건만 간단히...

핸드폰이 처음 생겼을 때는 회사에서 핸드폰을 받는 것이 너무 눈치보이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회사 전화를 쓰는 일이 거의 없더라구요.

 

 

삐삐는 좋았어요.

상대의 상황이나 여건 같은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때고 내가 필요하면 메시지 남길 수 있었고, 급한데 연락없으면 '왜 연락 못할까?' 고민하지 않고 828282 이런 것도 찍을 수 있었거든요.

 

핸드폰이 처음 생겼을 때는

전화벨이 너무 안 울리는 것도, 시도 때도 울리는 것도 모두 부담스러웠어요.

또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가

"어? 내가 나중에 할께." 하고 끊어버리면 어찌나 무안한지...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전화해 주지 않으면 그게 상처로 남게 됐어요.

 

그래서 전화를 걸기 전에는 생각을 하게 됐죠.

- 전화 받을 수 있을까?

- 바쁠까?

특히나 별다른 용건없이, 비가 와서 보고 싶어졌다거나, 그냥 안부가 궁금하다거나, 목소리가 듣고 싶거나... 그런 이유들로 전화를 했는데,

"어? 왜? 무슨 일로 했어?"

"아니... 그냥"

"말해? 뭔데?"

이렇게 나오면 어찌나 민망한지.

 

 

삐삐처럼 내가 필요할 때 아무때고 마구 하는게 아니라

상대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하는거... 그거 원래 '배려'라는 좋은 말로 포장된 건데...

그런데 왜 사람 사이를 이다지도 멀어지게 만드는 걸까요?

 

 

 

 

얼마전... 핸드폰 전화번호를 뒤지고 뒤지다가

한 번도 개인적인 일로 연락해 본 적이 없는 언니에게 전화를 건 밤이었어요.

- 어? 안나야~

- 언니. 그냥 했어요.

- 잘했어. 우리 언제 봐야지~

- 어쩌구.. 어쩌구....

- 안나야~ 오늘 네가 전화해 줘서 언니 너무 행복한 거 알지?

- 정말요? (눈물이 찔끔 나왔다니까요^^)

- 그럼~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중 가장 행복한 일이 안나한테 전화 온 거야.

- 언니~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 언니 빈말 안하는 거 알지? 진짜 행복하다!

 

딱 한번...

제가 그냥 건 전화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직은 전화걸기 ... 좀 더 연습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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