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자전거 가르쳐 줘
- 됐어~
- 왜? 나 자전거 하이킹 하는게 꿈이란 말이야
- 그냥 지금처럼 내가 태워주면 되잖아
- 너 힘들잖아
- 괜찮아. 위험해. 그냥 내가 태워 줄께
- 너 먹어. 내가 먹을께
- 나도 먹고 있어. 이거 먹어
- 응.. 괜찮은데...
- 너 조개 좋아하잖아. 많으니까 얼른 먹어
- 응.. 조개 빼다가 넌 국수 다 불겠다.
- 이거 먹어.
- 아냐~ 너 먹어. 내가 발라 먹을께
- 그냥 이거 먹어. 가시 많아서 힘들어
- 괜찮은데......
나는 그런 거 익숙하지 않았어.
그래서 불편했어.
누군가가 해물칼국수에서 조개 껍질을 다 빼내고 조개살만 발라내서 내 그릇에 담아주는 거.
생선 가시 다 발라서 생선살만 먹기 좋은 크기로 놔 주는 거.
속으로 늘 불만스러웠어.
'조개 껍질 골라내는 재미로 먹는 거지. 이게 뭐야~'
'생선 껍질이 잘 구워지면 얼마나 맛있는데.. 이휴~'
그런데 그렇게 길들여져 버렸잖아.
해물 칼국수 먹으러 가서 젓가락질 할 때마다 걸리적 거리는 조개 껍질 때문에 국물만 떠먹다 나오기 일쑤고,
생선 발라 먹으려면 젓가락으로만 안돼서 손으로 잡으려니 비린내 나서 먹기 싫어지고,
여전히 자전거는 탈줄 모르는데... 이제는 그걸 태워주는 사람도 없잖아.
왜 그랬어?
왜 혼자서도 잘 하는 것 마저 못하게 만들어 버렸어?
어제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몇 장면을 그 음악과 함께 보게 됐는데
상우가 은수에게 운전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왔어.
그 스틸이 있으면 보여주고 싶었는데.. 찾아지지가 않네.
그때, 영화를 볼때는 상우가 앉은 운전석에 은수가 올라 앉아서 운전하는 걸 보믄서
'비좁을 텐데 어떻게 둘이 같이 앉았지? '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어제 다시 그 장면을 보면서는
그 영화의 뒷부분에 혼자 운전하던 은수가 떠올랐어.
너도 그랬어야지.
사랑한다면 둘이 아니라 혼자일 때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야지.
사랑이란,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게 아니잖아.
그런게 아니잖아.
왜... 그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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