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나는 죽고 싶다.

약간의 거리 2005. 5. 23. 11:38

 

2050년이면 컴퓨터에 인간의 정신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고도로 발달한 슈퍼 컴퓨터에 인간 뇌의 내용을 다운로드 시키면 인간의 죽음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영국 최대의 통신 그룹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영화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에서 보면

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고스트"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공각기동대 후반에 여주인공 로봇은 자신의 뇌를 이동시킨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고스트"를 이동시킨다. NET 어딘가에 존재하는 정신....

 

그리고 이노센스에서는 인형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프로그래밍된 인형이 자살을 한다???

사람들은 고민을 한다. 인형이, 로봇이 어떻게 자살을 할 수 있을까? 프로그램의 오류일까?

그러나 인형들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살을 선택한 인형들이 마지막에 남기는 말은,

 

나는 인형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이다.

 

 

컴퓨터에 다운로드 된 뇌의 내용(보도된 지면에 따라 "의식"이라고도 했다).... 그것만 있으면 인간은 살아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아주 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고 한다.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내 육체가 썩지 않는 것일까?

나의 의식이 깨어 있는 것일까?

 

만일 후자라면, 2050년이 되면 인간은 아주 오래전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던 바로 그 때의 "불로장생"의 소망을 이루는 것이 된다.

그렇지만 육체없이 살아서  NET 어딘가를 떠돌아 다니는 나의 의식이 있다는 건,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오래전에 A.I를 봤을 때,

그리고 공각기동대를 봤을 때,

나는 두려웠다.

 

나는 인간의 상상력이 두렵다.

그것은 머지 않은 미래에 더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인간의 몸을 영원히(?) 살도록 만들기 위해서 줄기세포를 길러낸다.

지구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몸을 살리지 못하더라도 그 의식만이라도 잡아두려고 한다.

 

 

인간은 늙는다.

인간은 병든다.

인간은 죽는다.

 

누구나 아프지 않기를 소망한다.

누구나 죽음이 눈 앞에 왔을 때, 살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살기를 소망하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게 아주 많던 때가 있었다.

시험 공부도 해야 했고,

학원도 가야했고,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도 해야 했고,

바다를 보러 가고 싶기도 했고,

파란 잔디에 누워 한가롭게 구름이 흘러가는 것도 보고 싶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고,

나는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 잘 보고,

나는 맛있는 걸 먹고 늘어지게 잠을 자고,

나는, 나는, 나는,......

 

그렇게 "내"가 많아서 하고 싶은 것들을 동시에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걸 바란 것은 아니다.

 

"나"와 똑같은 "내"가 세상 여기저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동시에 하고 있다 !?!?

 

 

"나"는 지금, 여기, 어둠 속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전히 이곳에서 나의 생각들을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다.

 

 

"나"는 그냥, 지금처럼

"나"로 남아 있고 싶다.

 

 

늙고,

병들고,

그리고... 머지 않아 죽을 것이고,

죽은 뒤

몇몇 이에게 가끔 회자되다가 결국엔 잊혀지는.

 

내가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슨 생각을 해 왔는지

"내"가 죽고 나면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런 지금의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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