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때도 알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내 생의 종점까지 나를 태우고 가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그저 그 버스에 조금 더 오래 타고 싶어서
계속 내리는 걸 미루고 있었던 거다.
기사는
지금 자신이 향하는 곳이 손님이 가려는 곳과 일치하는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종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손님을 깨우는 법이 없다.
잘 못 탔구나!
빨리 알아채면 좋을 텐데...
알아챈 순간, 비록 문이 닫히려 한다해도 잠시 창피함을 무릅쓰고 뛰어내리면 좋을 텐데...
가끔씩은 "저기요... 어디까지 가세요" 하면서 잠을 깨워주는, 그래서 뜻하지 않은 고마움을 품게 만들어 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고마운 사람 하나 만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모양이다.
너무 늦게 내렸다.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렸다.
너무 낯선 곳에 내려 버렸다.
내리기만 하면,
그러면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똑똑하니까.
그냥 좀 귀찮아서 미적거린거라고 생각했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그냥 내려서기만 하면
나는 다 잘 해낼 줄 알았는데...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었는데...
이 곳은 너무 외지다.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고,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아무 차에나 올라탈 마음은 없다.
아니,
아직은 잠이 덜 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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