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사랑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1

약간의 거리 2005. 5. 9. 10:08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그와의 지난 시간을 기억해 내는 일일까?

 

그와 자주가던 거리에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리는 건

둘이 손잡고 뛰어다니던 기억이 나서일까?

 

그가 잘 부르던 노래가 들려와 숨이 턱~ 막히는 건

그때 그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까?

 

 

 

 

현우 (대본 보며) 호프집에서 취해서 엎어졌을 때가, 아홉 번째 만났을 때에요. …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처음은, 엘리베이터에서였어요. 작년 봄에… 미자씨 노란 바바리 입고 있었어요.

현우 (서서 테잎 챙기며) 열일곱 번째로 만난 이후론 매일 만났어요. 그때부터 올미다 녹음했으니까요.

현우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글쎄요. 처음 봤을 때… 미자씨 노란 바바리 입고 다니기 시작했을 때… 아마 그때부터... (환한 웃음) 미자씨한테 심통부리기 시작했을걸요… (미소)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미자 (NA)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영화에도 소설에도 나오지 않았다. 사랑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사랑하면 무기력해진다는 걸

                                                                                -올드미스다이어리 중에서-

 

 

 

 

사랑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이별을 해도 기억력이 좋아지는지 알았다. 사랑을 할 때보다 더 많이...

 

 

그런데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와의 좋았던 때도, 나빴던 때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유난히도 무표정하던 그가

때때로 지었던 따뜻한 표정뿐이다.

 

 

그립다는 건 어떤 걸까?

그리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가 그리워하는 건

"그" 일까?

"그와의 한때" 일까?

 

 

분명히 후자는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때"가 없으므로

그리워 할 "할 때"조차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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