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버스에서 눈물 흘리는 여자

약간의 거리 2005. 6. 22. 11:42

 

버스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짜증나는 일 중 하나는 옆 사람의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소음이다.

듣는 이에게는 신나는 음악일지 모르겠지만,

막힌 구멍 사이로 애써 삐져나오는 소리는

잘 맞지 않는 수도 꼭지의 호스 사이로 새어나와 사방으로 정신 없이 튀고 있는 물방울처럼

절대 음악이라고 말해 주고 싶지 않은 형태로 부서져있다.

 

오늘은 앞좌석에 앉은 여자로부터 그런 소음이 퍼져 나온다.

참아 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도 기분이 별루인 날이다.

여러가지로 짜증나는 일도 많았고,

날은 더웠고,

습도는 높았다.

 

- 저기...

 

반응이 없다. '들릴 턱이 없겠지.'

이번에는 그녀의 어깨를 살짝 톡톡 두드린다.

그녀가 이어폰을 빼면서 몸을 살짝 돌린다.

미처 그녀가 내게 시선을 맞추기 전에 재빨리 말해 버린다.

 

- 볼륨 좀 줄여 주세요.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소리가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런 지적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오늘은 그런 거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남의 일에 상관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두기에는 내가 너무 버거운... 그런 날 말이다.

그러니깐 이런 말은 재빨리 작은 소리로 해 치우는게 좋다.

 

- 네... 죄송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드는 그 여자... 느낌이 이상하다.

 

그랬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있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자신의 입밖으로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가리고 있었을 거다.

 

나도 버스에서 울어 본 적이 있다.

지금과 같은 도시형 버스가 나오기 전...

버스는 지하철과는 달리 앞을 보며 혼자 앉기 때문에,

서 있는 사람은 내 옆 얼굴만을 보기 때문에,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앉아 울기에 편했다.

 

버스에서 울고 있는 여자.

나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어 버렸다.

 

'미안해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

 

혹시, 버스에서 울고 있는 여자를 만난다면, 모른 척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도록 살짝 가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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