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너에게 "화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약간의 거리 2005. 3. 29. 13:45

 

사실 꽃을 돌본다고 하는 것은, 화분을 돌본다는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다. 잠깐씩 틈을 내 물만 주면 되는데 여유가 없다보니 그런 것 자체가 사치로만 여겨진 것이다.

 

화분에 물을 준다고 하는 것은 잠시지만 내가 거기에, 그 화분에 머물러야 된다. 그리고 그것은 꽃을 가꾸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행위 자체가 나를 돌아보고 내 정신을 돌보는 일인 것이다.

 

조화순 -낮추고 사는 즐거움 중-

 

 

 

 

난 화분같은 거 못 키워.

하물며 선인장도 허구헌날 죽이는 걸.

 

누군가가 선인장은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달에 한번만 물을 줘도 알아서 산다길래

두어번 책상 위에 미니선인장 화분을 둔 적이 있었어.

-'두었다'는 표현이 정말 딱이지-

 

그게 책상 위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산 날이 더 많았거든.

 

정말 가끔, 아주 많이 가끔 생각이 나면 물을 줬어.

그런데 뿌리 주변의 흙(사실 흙은 아닌거 같구....)이 자꾸만 패여 들어가는 거야.

주변의 흙들을 긁어다가 덮어주면 어느샌가 다시 패이고...

 

결국엔 ... 뻔하지 모.

 

 

그 후로 화분 같은 거 절대 키우지 않아.

그리고 선인장이 세상에서 가장 키우기 힘든 거라고 생각해.

 

 

근데...

아마도...

 

그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죽어버린 거 같아.

너무 무관심해서....

 

 

화분을 키운다는 건 매일이 아닐지라도

정기적으로 그 앞에 한번씩은 멈춰서야 하는 거라잖아.

긴 시간은 아니지만 늘 그게 거기 있다는 걸 기억해 두고 한번씩 마주 서 줘야 하는 거.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화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매 순간은 아니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 두고,

내 앞에 서서 정서적인 안정을 찾으며

아주 잠시 잠깐의 여유를 부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내가 그렇게 너의 여유가 되고 싶다고.

 

너에게 화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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