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ook

0. 내 이야기를 쓰게 된 까닭은

약간의 거리 2024. 11. 7. 22:09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할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기억을 되살리고는 있지만 나는 어린시절의 기억이 많이 없다.

얼마전 소설가 한강님의 노벨상 수상자 선정 이후 그분의 여러 소설들이 재조명되었고 그 중 <소년이 온다>의 서평을 여러곳에서 접하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이 연재를 쓰기로 맘 먹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소설을 읽었을 때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는데, 나의 무덤덤한 마음은 -그분은 이미 맨부커상을 받았었다- 마치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은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같은 편견을 소설에서도 같게 만들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 이후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서평들을 읽으며 '아, 그 사람들은 나랑 다른가?', '나는 그냥 독자들과 입장이 달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5.18의 살아있는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국민학교 2학년이었고 서울에 살고 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살던 겨우 국민학교 2학년, 9살 짜리 꼬맹이는 대체 5.18과 광주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그때까지 광주라는 곳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해자가 된다는 말인가? 당시에 언론과 통신이 모두 차단되면서 다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알지 못했는데 말이다. 물론 나도 그 때 광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건 내가 어려서였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잊고 있던, 아니 어쩌면 숨기기 위해 잊어야만했던 그 시절과 그 사건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휘감고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어렴풋이 눈치챘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알게된 걸 글을 쓰면서 선명히 알아가길, 나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게 되길 바라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더라도 역사로, 기억할 일로 남기고 싶다. 언젠가는 이 기억과 기록이 누군가의 사료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야사에서라도 말이다.

한 개인이 원하고 안 원하고와 무관하게 역사는 역사인 것이니까.


 
사족 : 그래서 이 글을 두서가 없을 것이다. 나의 기억을 뒤죽박죽이고, 대부분의 어린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것이 어떤 순간 광주와 나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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