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다른 삶 꿈꾸기

약간의 거리 2021. 2. 17. 17:45

"쌤은 관리자가 되는 건 어때요?"

 

관리자라....

그건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왜냐하면 나는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피해를 받는 것도 원하지 않고, 남의 일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도 않으며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남들도 내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에 어떤 직장에 다닐 때에도 중간관리자 자리를 주는 순간에 바로 그만둬 버렸다.

"그게 왜 그렇게 싫었어요?"

"음.. 억울하니까. 일 잘 못하는 사람들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더 피곤해 지는 게 싫었어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일에서 억울해하면서 살았다. 남들은 하물며 그냥 복사를 하나 부탁해도 제대로 해 주지 않아서 결국 내가 다시 해야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종이에 풀칠하는 것도 남에게 부탁하지 않았고, 그런 내게 누군가 팩스를 어떻게 보내는 거냐, 거나 프린터 토너를 어떻게 가는지 물어보는 것조차 너무나 싫었다. 사람들은 부러 일을 잘 못하는 척하고 있고,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한 이야기도 일대일로 불러서 말해주지 않으면 들은 적 없다면서 모르는 척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늘 억울했다. 나는 일부러 바보인 척은 할 수 없는데, 아는 걸 모르는 척 할 수 없는데, 묻지 않아도 복사기에 표시되는 에러메시지의 그림만 따라해도 다 할 수 있는데 대체 다른 사람들은 왜 모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고, 일처리를 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억울했다. 사람들은 내게 피해를 입히는 존재라는 생각에 꽉 차 있었다.

 

지금은 다행이 멀티태스킹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 무언가를 습득할 때 보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는 어찌되었거나 그런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아주 관심이 많으며, 누군가 부당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도와달라는 SOS 신호를 받지 못해도 나서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겪고 있는 곤란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경우가 많고, 누가 어떤 일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파악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 우리 회사에서 내 위에 있는 관리자들 보다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지금은 '관리자'라는 거 나 해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언제나 내 능력치보다는 하향 지원을 해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다른 능력을 조금은 더 갖춰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오늘의 각성은 여기까지.

그럼 이제 나 조금은 다른 삶을 꿈꾸며 인생의 도전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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