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유연성과 거짓말

약간의 거리 2021. 2. 9. 17:40

아침 출근길

아파트 입구 작은 도로에 신호등이 있다.

출퇴근 시간에 큰 도로로 합류하는 입구가 되어서 나가는 차가 많다.

나는 사실, 이런 걸 고백해도 되나?

신호등을 좀 잘 안 지키는 편이다.

물론 큰 도로에서는 잘 지키지만, 이면도로나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길에서는 대체로 그렇다.

그래서 이 출근길에 나가는 차만 많은 신호등은 출차가 가능한 신호를 빼면 사람이 굳이 계속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보니 종종 이 신호는 무시 대상이다.

어떤 날에는 아침에 빨간 신호등을 건너면서 맘 속으로 '역시, 난 유연성이 높아!' 했다.

이렇게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나를 옆자리 동료는 늘 걱정스러워하지만 말이다.

 

일도 그렇다. 시킨다고 다 하지는 않는다. 일단 대답은 Yes~라고 하지만,

내가 너무 하기 싫고, 그러니까 그 결과가 불을 보듯이 뻔하고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일인 경우에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아 지니까 안 하고 넘어갈 때도 있다. 그리고 적당히 둘러댈 때도 있고, 가끔은 이실직고를 할 때도 있다. 하지 않고 넘어가는 순간까지는 '유연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적당히 둘러대는 순간은 '거짓말'이 된다.

 

 

여기서가 항상 딜레마다.

사회생활을 슬기롭게 잘하려면 유연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유연성이라는 것이 거짓말, 규칙 위반과 같은 선 위를 걸을 때가 종종 있다는 거다.

 

그래서 답답한 옆자리 동료.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도 결과를 뒤집어쓰고 또 야단을 듣는 모습을 볼 때마다

유연성을 발휘하라고 해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어설픈 유연성을 발휘했다가 과감히 선을 건넜을 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이럴 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래서 이런 것뿐이다.

- 힘들면 말해.

- 혼자 하다가 죽지 말고, 그냥 힘들다고 와서 도와 달라고 해

- 나 부탁해서 일 도와주는 사람 말고, 부탁받고 일 도와주는 사람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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