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을 달려 온 승호

약간의 거리 2021. 1. 25. 17:09

<소울>을 보고 나니 갑자기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어 져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다시 보게 됐다.

 

개봉했을 때도 넘 재밌게 봐서 집에서 몇 번이나 다시 봤는데

그때 타임리프 장면이 반복되어 나오는 걸 보면서 조카가

- 이모, 왜 자꾸 여기만 봐?

하고 물어서 엄청 웃었었는데

이제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문과 이과 결정... 이런 장면들은 보면서

마코토, 치아키, 이런 아이들이 자기랑 똑같은 처지라고 하니 신기하다.

 

그때는 나도 마코토처럼 타임리프 되는 것만 신기해하면서 봤는데

이제 다시 보니 치아키의 말이 여러모로 와 닿는다.

타임리프가 누구에게 충전됐는지 몰라서, 혹시라도 나쁜데 사용될까 봐 밤에 잠도 못 자고 걱정했는데 바보가 갖게 되어 다행이라는 말

 

- 아니, 고작 저거 하는데 타임리프를 몇 번이나 다시 쓰는 거야? 승호야, 넌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어디에 가서 뭘 바꿀 거야?

 

질문을 던지고 나니 영화 <어바웃 타임>이 떠올랐다.

특히나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다른 것이 바뀌지 않게 조심했다는, 서가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하는 것에만 사용했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와 닿았다.

나는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냥 어딘가 편안한 곳에서 숙면을 취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나 고단한가?'

 

- 이모, 일본 애니는 대단한 것 같아. 시간을 저렇게 영화로 만들다니

- 그치? 이모는 일본 애니가 모든 영화의 아이디어 시작점인 것 같아. 아바타도 천공의 섬 라퓨타 가져온 거라서 난 안 신기했다니까.

- 오~ 그렇네.

- 그리고 2006년에 만든 영화가 어떻게 지금 봐도 하나도 안 촌스럽냐

 

승호랑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 영화를 본다. 우리 승호가 그만큼의 시간을 달려 미래로 온 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 이모, 근데 미래에서 기다리는 거면, 마코토가 훨씬 늙은 거야? 대체 얼마나 연상인 거야? <너의 이름은>보다 심하잖아.

 

하면서 마무리를 팡 터트린다.

 

혼자 보는 영화를 좋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말 시키는 걸 넘 싫어해서였다.

이렇게 누군가와 되지도 않는 농담으로까지 영화를 비틀며 이야기하며 보는 것이 즐거운 일인지 몰랐다.

승호와의 즐거운 영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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