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매력발산 실수투성이

약간의 거리 2020. 4. 22. 17:52

- 1 -

 

월요일 저녁에는 심리검사 해석 약속이 있었다.

- 7시 45분에 만나요

라는 연락을 받고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퇴근 시간이 됐지만 당직 선생님 옆에 앉아 노닥거리며 애매한 시간을 메꿨다.

시간을 계산해 출발을 하면서 '왜 시간만 말을 하고 장소를 말을 안 했지, 지난번 본 곳일까?' 하며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 7시에 45st에서 만나요

라고 쓰여 있었다. '헉! 이게 무슨 일이야. 어쩜 좋아!' 급히 전화를 걸었다.

- 어떡해, 어떡해. 미안해. 나 7시 45분에 만나자는 줄 알고 방금에서야 출발했어

다행히 상대방이 이해를 해 줬지만, 세상에나 이럴 수가.

안 그래도 당직 샘이 '45분? 진짜 애매한 시간이다.'라고까지 이야기했는데 흘려 들었다.

 

 

- 2 -

 

화요일, 모처럼 일찍 일어나서 신나게 집을 나섰다.

요즘엔 운동을 위해서 출퇴근 길에 멀리 한 번만 버스를 타는 코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집 앞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15분, 버스에서 내려서 사무실까지 10분 정도를 걷게 된다. 그러면 출퇴근 합해서 평소보다 5,000보 정도를 더 걷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신나게 집을 나섰는데 '아뿔싸!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어쩐지 오늘 공기가 유난히 시원하다 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자니, 이미 와버린 거리가 있고, 마스크 없이 대중교통을 타는 건 정말이지 예의도 아닐뿐더러 사람들의 시선을 버텨낼 자신이 없고. 마스크를 사기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5부제. 내가 오늘 살 수 있는 날인가! 정말 다행이다. 오늘은 화요일. 마스크 살 수 있는 날. 천운이라고 해야겠다. 하며 약국을 찾는데, 이런 시간에 문을 연 약국이 없다. 전철역 근처에 예전에는 24시간을 했던 약국에 희망을 걸고 가봤지만, 거기도 문이 닫혀 있었다.

잠시 낙담을 하고 있다가 혹시....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을까.... 조심스레 근처 편의점 문을 열었다. 마스크를 안 하고 있으니 들어가기도 미안해서 빼꼼히 얼굴만 밀어 넣고는

- 혹시 마스크 팔아요?

하고 물어보니 점원이 한쪽 통로를 가리키며 있다고 답해 주었다.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말로 다양한 종류의 마스크가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게 진열되어 있다.

구매한 마스크를 얼굴에 두르고 나서야 또 한 번 생각이 났다.

'나 공적마스크 파는 요일 걱정은 왜 한 거니? 공적 마스크 아니면 아무 때나 살 수 있는데.'

 

 

- 3 -

 

요즘에는 웬만한 것들은 핸드폰에서 처리를 한다. 어플을 깔고 자동 로그인을 해 놓거나 핸드폰에 있는 아이디, 비번 기억해 주기 기능을 이용하다 보니 불편이 없다. 그렇지만 뭐라도 구매를 하려면, 물건을 좀 자세히 보고 싶은데 이제 눈이 침침해서인지 핸드폰 화면에서 보는 것은 뭔가 부족하고 제대로 확인을 한 것 같지가 않다.

며칠 전부터 컴퓨터에서 로그인을 하고 싶은 사이트가 있었는데 도대체가 불가능 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아이디는 2개 정도가 되고, 비밀번호는 3가지 정도의 기본 형태를 놓고 그때그때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첨삭을 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심하면 12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최대 글자수에 제한이 있기도 하고, 특수 문자를 꼭 넣어야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고, 특수 문자 중에서도 사용 가능한 문자를 몇 가지로 제한한 곳도 있어서 사이트별 요구사항에 맞는 비밀번호를 구성하는 것도 일이다.

어쨌거나 이 사이트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 비밀번호 5회 이상 틀려서 다시 설정하라거나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을 그렇게 틀리고, 틀리다가 요새 새로 등장한 SNS 계정으로 로그인하기를 발견했다.

'내가 혹시 SNS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을까? 그럼 어떤 걸로 했을까?'

그래서 다시 각각의 SNS에 내가 사용하는 여러 가지 경우의 비밀번호들을 넣는데 그것도 모두 실패.

결국 아이디와 비밀번호 찾기 기능을 이용했다.

- 아, SNS를 이용했구나. 근데 왜 아까 로그인이 안되었을까

하면서 어느 계정으로 가입했는지만 알면 할 수 있을 거니 이제 이건 외워두자 맘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왔더니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서인지 사이트가 로그아웃이 되어 버렸다.

나는 오전에 확인한 아이디와 비번으로 열심히 로그인을 했는데 '뭐지? 왜 안되지?'

아~~ 진짜.. 짜증이 마구마구 올라오는데..... 이러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SNS 계정으로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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