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회사생활

사람들은 때로 넘치게 솔직하다

약간의 거리 2020. 3. 10. 10:03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멈춤, 이런 분위기가 한창이다.

어떤 직업 못지 않게 밀접접촉을 하는 우리 회사도 벌써 2주째 휴관 중이다.

그리고 지난 주 교육부의 학교 개학 연기가 2주 연장되면서

우리 회사도 2주간 휴관을 연장했다.

 

처음엔 정말 위기인 경우에는 비대면으로 진행하라던 상담이었는데

사정이 이렇게 되었는지 위에서는 염려가 되었나보다.

 

- 00씨 상담 어떻게 하고 있지?

- 저는 어제가 상담이었는데 지금 휴관중이라고 못하고..

- 그렇다고 아예 안하면 어쩌자는 거냐? 다들 상담 어떻게 하고 있어?

 

00씨의 대답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보스는 그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모든 구성원의 상담진행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일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대답은 하던 00씨는 자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민폐를 입힌 것 같아 맘이 불편해졌다.

 

- 아니 나는 어제 휴관 연장 일괄 문자 보낸다고 하니까 오늘 다시 전화할 예정이었거든. 근데 얘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리고 상담하지 말라고 했잖아. 위기 사례면 하고 의논해서 괜찮다고 하면 2주니까 중단하라며. 한달이 되면서 나도 그렇게는 쉴 수 없어서 고민이었다고. 내 내담자인데 나보다 자기가 더 걱정하겠어?

 

미안해진 마음에 00씨도 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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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가까운 지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갑작스런 소식이 믿어지지 않고 지난해 연말부터 입퇴원을 반복했었는데, 찾아가 만나지 않은게 후회되었다.

직접 가서 보지 않고는 당장에 내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려울 것 같아 오늘 당장 반차를 쓰고 가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인사 담당자는 반차를 쓰겠다는 ☆☆씨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 친구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연락이 와서요, 울산에 장례식장에 다녀오려고 하는데

거리가 멀어서 반차를 내야 오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 웬만하면 부조금만 보내고 가지 않는 게 어때요? 이럴 때는 다들 이해할 거에요.

 

결국 ☆☆씨는 회사에 비밀로 하고 오후 6시 정각에 퇴근을 하고 가서 얼굴만 내밀었다가 돌아왔다.

이 갑작스런 상황에 울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줄 여유조차 없었지만 오길 잘 했다는 마음이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을 하자 어제 휴가를 의논했던 직원이

- 이제 장례식장 가는 맘은 접은 거죠?

하고 확인을 한다. ☆☆씨는

- 네 완전히 접었어요.

라고 답을 했다. 어제는 살짝 그렇게 말하는 그 직원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해하는 상황에

게다가 장례식장이 하필 경상도가 아닌가!

다녀온 것을 알려서 괜히 주변에 불안함을 더 조장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

솔직히 말하지 않은 자신에게도 잘했다고 격려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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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는 '오늘 휴관 연장도 알릴 겸 오후에 연락할 예정입니다.'라는 말을 먼저 했어야 하는 동료에게

- 나 거짓말 하기 싫어

하고 이야기했다. '그게 왜 거짓말이야?' 동료가 묻는다.

- 그럼 하얀 거짓말?

'아니. 00씨 오늘 다시 연락하려고 했다며?'

- 응. 어제 일괄문자 나간다고 했는데 문자는 안 친절하니까 전화 하려고 했지

'그러니까 말이야. 시간 순서대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였잖아. 앞에꺼는 생각하고 뒤만 말하면 좋았을 거라고.'

- 그치만 어제 안한 건 사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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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의 상사가 알고 싶었던 것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모두들 자신이 상담하고 있는 아이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나? 어떤 방법으로 하고 있지?

하는 것이다. 당장 이번 주에 상담을 했나, 안 했나는 묻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00씨는 어제 상담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00씨의 솔직한 대답으로 전직원 상담진행 경과와 앞으로의 추진 계획까지 보고하게 되었다.

 

사람들마다 다른 화법을 사용한다.

많은 경우에 일의 지시나 질문에서 그 사람의 목적이나 의도나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진짜 알고 싶은 게 뭔지, 그것을 알아서 어디에 사용할지를 안다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부적절하게 늘어나는 업무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