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주간 황금같은 연휴를 반납하고 기꺼이 연수 신청을 한 것은 장소가 대학로이기 때문이었다.
대학시절부터 10년이 넘게 있었던 이 동네 골목골목이 그립기도하고, 혜화동 대학로 성북동 이 동네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제 점심시간 동안은 익숙한 소나무길을 걸었다. 점심을 먹는 것보다는 무엇이 남아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냥 그 길을 걷는게 좋았다.
작고 예쁜 음식점과 카페, 조용한 거리. 그리고 대학로 맞닿는 그길의 끝에 익숙한 떡볶이집이 나타났다. 원래는 이 자리에 있지 않았는데 길건에 있을 때만큼이나 여전히 작지만 옥이모 깻잎 떡볶이... 이모님(?)도 그대로시네요.
너무 반가워서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 떡볶이를 먹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는 이 집이 특별히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런 한결같음이 좋았다.
둘째날은 길을 건넜다. 육교가 사라지고 이렇게 대각선으로 커다란 횡단보도가 생겼을 때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 육교를 건너던 시절에는 물가도 두배 넘게 차이가 났었는데 지금은 많이 비슷해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익숙한 간판들이 보인다. 우리 학교 앞, 방송까지 타면서 정말 유명했던 맛나 떡볶이도 그대로다. 나는 이 집의 어묵의 좋아했다. 다른 곳에서는 먹지 않는 소세지처럼 두껍고 기다란 어묵이 이집에서만은 유독 부드럽고 맛있었다. 늦게까지 술은 날 00이랑 00이랑 밤새 술을 먹자가 뭔가를 사들고 가야할 때 우리는 이집 어묵을 빼먹지 않았다.
어느 날이던가 평일인데도 문을 닫은 떡볶이집에 군대간 아들 좀 만나고 오겠습니다, 라는 쪽지를 보면서 괜시리 마음이 찡했고, 그 후에는 이집 사장님들이 괜히 더 정겨웠드랬다.
그리고 풀무질... 이름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충분하다. 성대 앞에 이런 사회과학서점 하나쯤은 여전히 살아남아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사장님이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의 정문이 낯설다. 우리 학교가 이렇게 컸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냥 교문을 뜯어내고 나니 학교도 커보이네.
셋째날은 다시 뒷골목을 찾아갔다. 일단은 마리안느.. 그래 마리안느가 있는지 가봐야지. 했는데.. 박석고개가 살아남아 있다니! 감탄을 하고, 봉추찜닭 옆골목으로 들어갔다. 서울의대 담벼락을 타고 반대쪽에서 오던 길이었는데... 앗, 그런데... 세상 대학로에 최근 유명한 맛집들이 다 이 길로 들어와 있다니. 비오는 날 달팽이 같은 찻집은 벌써 예전에 사라져버렸다.
다음날에는 알라딘을 갔다. 이곳에 중고 서점이 생겨서 좋았었다. 오래전부터 장바구니 담아두었던 동화책 한 권을 샀다.
이렇게 하루하루, 짧은 점심시간마다 오래전 살다시피하던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니 넘 좋았다. 그 길이 참 변한 듯 하면서도 변하지 않아서 따뜻했다.
'┎thou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퍼서 죽지는 않아 (0) | 2019.06.07 |
---|---|
거리조절 (0) | 2019.05.11 |
친절한 사람 되기 (0) | 2019.01.23 |
절반의 완성을 위하여 (0) | 2019.01.02 |
헤어진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지? (0) | 2018.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