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한 사정으로 7개월여를 혼자서 사무실을 쓰고 있었는데, 이번 달 들어 남직원 한 명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원래 외근이 많은 직종의 사람이기는 해서 자리에 없는 시간이 많기는 했는데, 이틀을 연달아 갑작스럽게 조퇴를 하더니 다음날은 오전 반차를 쓰겠다면 안나오고, 그 다음날도 갑작스레 자기는 반차를 냈다며 일찍 나가고 그렇게 일주일 남짓을 어지러운 근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표정도 어둡고, 가끔은 화가난듯도 하다가, 미간에 내천자 주름이 고정되었고, 그동안 전자담배를 펴서 잘 몰랐던 담배냄새도 나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습하고 조도가 낮아 우중충한 사무실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대충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것도 같아서 특별히 묻지는 않았지만 미세먼지에 춥고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는 즈음에 사무실 안까지 분위기가 가라앉으니 앉아서 일하기에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엎드려 울다가 벌떡 일어나서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벌떡 일어나서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가, 미친듯이 변덕을 부리는 그 사람을 더이상 모른척 하기가 힘들었던 나는 그만 불쑥 하지 말아야할 질문을 해 버리고 말았다.
- 요새 무슨 일 있어요?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그 사람은 정말 0.1초의 여유도 없이 엄청 부은 듯한 무뚝뚝한 말로
-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하고 마치 뒷부분에 (왜요?) 가 생략된 듯이 말을 던져주었다.
- 아...
아, 어떻게 하지. 미쳤지, 미쳤어. 대체 왜 물어본 거니, 벌써 알고 있었잖아.
무거운 침묵이 사무실에 이어졌다. 나 어떻게 하지? 대체 왜 물어본거지?
진짜 이럴 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하는 걸까?
- 힘들겠네요.
라고 해야하나?
- 잘 헤어졌어요.
라고 해야 하나?
- 왜 헤어졌어요?
하고 물어봐야 하나?
어쨌거나 중요한 건 나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그사람은 여전히 엎드려 울다가, 일어나 앉았다가,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그러다가는 외부상담 나갈 때 쓸 간식을 박스째 끌어앉고서 포장하는 단순 작업을 시작했다는 거다.
헤어진 사람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좋은 건가?
젊었던 시절에는 너무나 흔히 만나는 장면이었는때 그때 당황스러웠다거나 어려웠던 기억이 없는데 그때는 내가 어떻게 대응을 했던 것인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어쩌면 그때는 끝까지 무시하면서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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