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을 때 걸리는 병'(물론 내가 지은 이름이다)에 걸린 적이 있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감기가 나을 듯, 나을 듯. 낫지를 않는다.
조금 더 심할 때가 있었고, 덜 심할 때가 있었고
최근 3주 동안은 남보기에는 심하지 않은데 나는 몹시 괴로운 상태다.
병원을 옮겨봤지만 그닥 신통치가 않다.
3주전 다시 감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을 때부터 계속 해서 수액을 하나 맞아야 하나, 역시 기초 체력이 떨어진 것이 틀림이 없어, 하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서는 차마 그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아니, 무슨 고작 감기를 가지고 수액까지 맞으려고 하냐며 비웃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언제나 늘 그렇듯 시간이 없다는 핑계 때문이다.
거의 4개월여를 끌어오고 있는 이 감기의 원인을 지난주부터 어렴풋하게 눈치를 채기는 했는데
오늘 느닷없이 그 원인에 대해 확신을 갖게됐다.
<인간, 사회적 동물>이라는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는 사회적인 감정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인 배제 경험은 큰 스트레스를 주며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에 나는 현실적인 이별과 감정적인 이별, 그리고 사무실 분리로 인해서 갖게 된 독립된 방으로 인한 물리적인 독립과 정보 배제(예를 들어, 오가는 수다, 누군가의 전화통화, 옆사람의 하소연 등등)까지 총4회의 버림(?)을 경험하였고, 그 기간 중 내내 감기를 앓고 있는 것이다. 즉, 이번 감기는 '외로울 때 걸린 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그렇게 이제 원인을 알았는데 아직 적절한 치료약을 찾지 못했다.
그간 내가 경험해 온 많은 심리적인 어떤 것들이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알아채는 순간 뭔가 변화하거나 다른 길을 찾거나 하는 걸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길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아마도 외로울 때 아픈 것처럼, 또 하나 사람은 외로울 때 멍청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외로움은 기억력, 인식 능력 등을 약화시키는 등 뇌를 위축시키고 지능도 낮아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까지 비약을 시키다보면 답은 외롭지 않게 되는 것인데,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서 외롭지 않을 수가 있으려나?
당장 떠오르는 치료방법은 긍정적인 생각이나 활동을 통해서 잠시 뇌를 마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착각을 통해 뇌의 작동방법에 변화를 기하고, 변화된 작동법으로 지능도 쫌 좋아지고, 건강도 쫌 회복이 되는.... 그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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