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두번째 이사를 했다. 새로운 업무와 새로운 책임을 맡고.
그렇게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가 겨우 만들어진 통합사무실에서 채 한달을 살지 못하고 쫓겨났다(?).
어제 저녁, 내일은 이사라서 일찍 출근해야 한다고 말하자, 승호가 허허 웃었다.
- 이모, 거기 이사한지 얼마 안되지 않았어? 두 달은 됐나....
하면서
- 아직 한달도 안 됐거든!
이라고 말하면서 나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서둘러 출근을 하니, 이사 트럭도 막 주차중이다.
혼자만 하는 이사이다보니 짐이 많지 않아서 채 한시간이 되기 전에 이사가 끝났다.
아저씨들은 더 꼼꼼히 살펴보고 시킬거 있으면 말하라면서, 괜찮다고 하는데도 10분이나 기다리다가 가셨다. 너무 일찍 끝나서 그냥 가기가 미안하다면서.
그렇게 큰 짐을 옮기는 거는 금방 끝이났는데
짐정리하고 사무실 셋팅을 하는데는 반나절이 걸렸다.
퇴근 무렵이 되니 어깨가 욱신거린다.
이 회사에서 들어와서는 늘상 이사중인 것 같다.
첫해에는 무려 4번이나 이사를 했고, 작년에는 1월과 12월 해서 두 번.
그러니까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이사가 아직도 진행중인 거라고 해야 하나?
암튼... 나야 뭐, 워낙에 자율적인 사람이니까 혼자 있다고 해도 일에야 지장은 없겠지만 문제는 춥다.
사실 지금 이 사무실과의 인연은 4년 전에 시작되었다. 아직 석사생일 때 자원봉사로 처음 상담을 시작한 자리.
그때는 정말 누가 나같은 초짜를 뽑아서 상담을 시켜주려나 하면서 기웃거리다가 운 좋게도 발탁이 되었다.
자원봉사, 알바, 시간제, 외래상담원을 거쳐, 이제는 자꾸 누군가가 어깨에 뭔가를 올려주고 싶어 떠다밀리는 상황이 되어 있다.
그닥 오랜 시간이 아닌 것 같은데 엄청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한.
떠남과 남음 사이에서의 무수한 갈등들
벌써 몇번을 떠났을 법한 이유들을 지나지나 여기에 왔다.
이 사무실을 혼자서 사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쩌면 여기가 내 자리였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자기소개서에는 언제나 책임감 있고, 어쩌구... 썼던 것 같은데
지난 시간들을 돌아돌아 생각해보면, 그 무게가 느껴지는 순간이면 떠났던 것 같다.
그 무게를 감당하거나, 나눠지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결정을 해 보기로 했다.
뭔가 감내해내면서 조금은 더 자라보기로 했다.
결정을 하고 나니 무게나 두려움 따위는 좀 내려놓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정말 너무 춥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한기가 서서히 다리를 얼려버린다.
일단은 이 추위부터 어떻게 좀 해결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