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 봤던가.
어찌되었던 그 말을 내가 꺼냈더라도 내가 채인 기분이었다는 거.
이별해야하는 때이구나... 하는 느낌이 오면 이별의 말을 듣는게 싫어 내가 먼저 그 말을 해 버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말이 누구의 입에서 나왔느냐가 중요한건 아니었다는 거다.
상담을 하면 종결의 때가 온다.
그걸 알아채고도 계속 내담자를 붙잡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남녀사이와 달리 나는 그만 만나자는 말을 꺼내놓고 거절당하기 일쑤다.
거절의 이유를 듣고 조금 더 기다리기도 하는데 결국 그 때는 온다.
오늘 그렇게. 거절했던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회기가 끝나갈 무렵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우리는 남은 2월에 몇번을 더 만나서 2년간의 만남을 마무리하기로했고 6개월이나 1년 후 쯤에 추수만남을 가질수도 있기로 했다. 아이의 표정에 안도가 깃들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 하는 말이
싫어지거나 미워져서가 아닐수 있다.
그럼에도 그 말을 꺼내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잘 헤어지는 것까지가 내가 해야하는 일인데
아직 잘 헤어지는게 어떤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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