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심리학

기억해 줄래요, 나를.

약간의 거리 2014. 8. 5. 16:46

- 그거 이름이 모였지...

- ...

- 모카, 카페모카요

- 차가운 걸로 드릴까요?

- 네

- 테이크아웃 잔에 드릴까요?

- 네

대답과 거의 동시에 남자는 카드를 던지듯이 휙~ 주고는 밖으로 나가 버린다.

여자는 고개를 갸웃~ 하면서 메뉴를 시작한다.

테이크아웃잔에 뚜껑을 덮고 빨래를 막 꽂았는데 남자가 돌아온다.

 

거의 동시에 남자와 여자는,

- 어, 크림

- 휘핑크림 올려드릴까요?

한다.

남자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 내가 말을 안했구나...

한다.

 

뒤돌아서 살짝 미소짓는 여자.

다음에 남자가 다시 오면 여자는 분명 주문을 받으면서 "휘핑크림 올려 드릴께요~"하고 말할 것이다.

 

 

여자가 뒤돌아나가는 남자를 보며 갸웃~ 했던 것은 지난번 이 남자가 휘핑 많이, 아주 많이 올려달래서 먹은 남자라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여자는 그걸 알면서 바로 휘핑을 올려주지 않았을까?

휘핑이 가득 담겨 완성된 커피를 본 남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뭐, 그냥.. 당연히 주문한 커피가 나왔구나, 하고는 카드를 던지듯이 주던 모습으로 뒤돌아 나가지 않았을까?

 

크림이 올라가지 않은 커피를 보고는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는 찰나, "휘핑 올려드릴까요?"하고 묻는 여자는 말에 자신이 정확하게 주문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고, 그래서 챙겨서 물어봐주는 여자에게 약간의 고마움. 어쩌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부터는 여자가 자신의 취향을 어쩌면 기억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살짝 하게 됐을지 모른다.

 

그리고 세번째 방문에서는 주문을 제대로해야지, 하는 순간

먼저 "휘핑 올려 드시죠?"하고 묻는 여자 때문에 또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말이다.

 

사람들은 기억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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