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심리학

얼마만큼의 시간

약간의 거리 2018. 5. 16. 09:03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 때문이란다."

"...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란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오래전에 <내가 아는 가장 슬픈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어린왕자』책 속에서 그 유명한 여우의 대사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하는 대사가 포함된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뽑아냈었는데,

바로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이다.


'네가 소비한 시간'

얼마만큼의 시간이라는 건,

내가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거나,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시간이 아니다.

다만 관계맺음을 위해서 내가 공을 들인 시간이고, 그 시간이 아까워 너무 쉽게 등돌려버리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에서

'사랑이 한 순간에 풍덩 빠지는 것인 줄 알았어.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인지 몰랐어'라는 여주인공의 대사를 들으며 나는 '갸웃'했었다.


내 젊은 날의 시간 동안에 나는 그 '시간을 들이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소비하는 것,

누군가에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

그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다.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을 보면 '육체와 영혼 중 어떤 게 진짜 그 사람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토록 오랜 세월 사랑하고 함께 해 온 가족과 이제 막 만난 가족 중 시간의 문제 때문에 누군가는 아파도 된다는 것인가도 고민하게 된다. 단지 조금 더 짧은 시간을 만났다는 이유로 덜 아픈걸까?

어떤 누구도 아프지 않는 선택이라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는 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24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내 젊은 날 나는 혼 힘을 다해 쓸데없는 일을 해 버리고서는,

지금 다시 시간과, 마음과, 사람 사이에서

그래서 결국 어느 한쪽도 이기기 힘든 삼각줄다리기를 끝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