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되는대로 자기분석노트를 쓰기로 함
지난 주말 1박2일 집단상담을 다녀왔다.
첫날부터 그냥 나는 잘 집중이 안됐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열심히 분석하고 있거나 아예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하곤 했는데, 무슨 특별한 별에 도착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멍한것도 아닌 나조차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까?
그리고는 피드백을 줄 시간이 되면 참 할 말이 없다.
이러저러하니 저럴만한 상황이구나, 하는... 그래서 그 사람의 슬프겠구나, 속상하겠구나, 화나겠구나... 그런데 이게 공감인건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다. 공감이라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말해주는데, 나는 그 사람의 말이 하나도 가식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그런 능력이 분명 부러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경우를 이야기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데 그것은 사람의 경험 중 '나와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경험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의 어떤 경험도 그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것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내가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진정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기도 하고 가식이기도 하니까.
둘째날 어떤 사람이 모든 여자들은 자기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리더가 이 중에 누가 자기를 싫어할 것 같은지 그 사람을 선택하라고 했다.
나는 조마조마했다. 왜냐면 나는 몇번 그녀를 봤는데 볼때마다 그냥 조금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싫어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감이 없는 것만은 분명했다. 다행이도 그녀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녀가 선택한 사람에게
- 나 안 좋아하지?
하고 물었을 때는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시에 '솔직하게 대답해도 되나요?'하고 리더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어쨌거나 잠시 후 그녀가 풀어놓은 기억 중 나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전후 사정등은 완전 다르다.
그것은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비난한 거였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총체적으로 그녀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다면 나는 단지 나의 말투에 대한 엄마의 비난을 겪었다는 거다.
- 너는 말투가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겠냐.
우리 엄마의 비난은 딱 그것으로 한정되었다. 어쨌거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녀와 나는 같은 걸 경험했다. 사람들은 시연에서 자기와 유사한 경험이 나올때 감정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장면에서 참으로 마음에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그냥 나도 똑같네.. 하고 마는.
마음이 돌덩이처럼 굳었던가? 아니면 내가 이미 수차례 엄마에게 그런 문제로 폭발했었기 때문일까? 잘은 모르지만 분명 그게 이유는 아닌것 같다. 나는 공감이 안되는 건가? 고민하고 있는데 그녀가 사람들이 울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공감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어떤 또 다른 사람의 시연에서 눈물이 많이 나왔다며 공감의 이유를 대는 경우가 있었다. 정말 함께 울지 않는다면 공감이 안 되는 것인가?
내가 원래 공감이 잘 안된다고는 생각했지만, 함께 우느냐의 문제로 공감이 결정되는 것 아닌것 같다. 이것은 부정인가?
아무튼 나는 결국 나를 개방하지 않고 집단을 끝냈는데, 내가 최종적으로 나를 개방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나와 비슷한 경험이 아닌 그 다음 어떤 분의 시연에서 내가 드디어 울었다는 것 때문이다.
이번 집단의 사람들은 모두가 이틀내내 정말 많이 울었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딱 두번 눈물이 그렁 맺힐 정도. 그때는 정말이지 모든 사람이, 울 때였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가슴 아프고, 답답하고 그런마음이 드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는 정말 그 사람의 애통한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그 상황이 슬프지는 않았다. 그래서도 공감의 문제를 고민했었지.
슬픈 마음이 이해되는 것, 그런데 내 가슴은 울리지 않는 것.
그런데 마지막에 어떤 분의 사연에서 눈물이 조르륵~ 나와서 나는 눈물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치부했다. 이때도 어떤 사람은 정말이지 엉엉 대성통곡을 했는데...
그래서 나는 이러저러한 것으로 내 분석이 조금은 됐고,
개인 상담을 받을 마음도 생겼기 때문에 굳이 하지는 않겠다고 최종 소감을 말하면서 집단이 끝났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게 바로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며칠 전에 나는 동생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누군가와 의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동생은 그게 우리모두의 문제라고 했던가? 그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내가 방송국에 다닐때, 두 번 그만두겠다고 한적이 있는데 두번째 정말로 내가 그만두게 되었을 때 아저씨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너는 혼자 고민하고 결정된 다음에 이야기를 해 준다고.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길지 않게 말했었고, 사전에 자신과 의논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있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좀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미국을 가기 전에 미리 의논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나는 의논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그때에도 혼자 결정하고 통보했다.
그런데 어제 집단에서 내가 한 일이 그것이다. 문제를 인지했고, 내내 혼자 고민하고 분석한 후에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고 통보를 했다.
나는 불안이나, 나의 모자란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 수 없는 것인가?
다시 집단을 하거나, 개인상담을 하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 다루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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