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Tell me more

약간의 거리 2011. 6. 15. 10:27

What is the best book you have read?

It's a little prince.

 

영어는 어렵다. 정말 어렵다. 뭔가 말하고 싶어도 단어를 모르겠다. 중학교 영단어를 들여다봐도 모르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툭툭 수시로 튀어나오니 나는 내 영단어 실력의 가난함을 익히 알 수밖에 없다. 영어학원을 전전하다보면 수시로 레벨테스트를 치르게 되는데 Reading test를 하다보면 한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절반이 넘어 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유추가 불가능하고, 문법 문제를 풀 때에도 단어 그 단어의 생김새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나는 게 너무 많다. 그런데 이눔의 기억력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이탓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 없을 만큼 심각히 저하되어 있어서 이제 새로운 단어를 암기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생각해 보면 '영어'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때때로 영어가 장애가 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영어 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회하곤 했다. 미국에 가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공부 좀 하고 가지!' 라고 했을 때에도 배우러 가는데, 가기 위해서 배워야 하는 것은 또 무언가... 하며 대책없이 미국땅에 떨어졌다가 눈물 쏙 빠지게 고생했다. 돌아오니 사람들의 기대치도 있고, 그간 들인 돈이 아까와 퇴행은 안되겠다 싶어서 꾸역꾸역 계속해서 학원을 다녔지만 그냥, 정말 그냥 하는 거였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몇달을 쉬다가 다시 학원을 수강하느라 레벨테스트를 받을 때에도 나는 Actually I don't like English 라고 말했던가?

 

 

Um....

나는 여기서 that's it 인데 나를 계속 빤히 쳐다보는 선생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a little prince is.... 아니 the book says .... 어쩌구 저쩌구 진땀을 빼며 설명을 했는데.... 개운치가 않다. 그게 아닌데... 그럼 뭐 였더라! 나는 그 책이 왜 좋은 거지? 그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뭘까?  The most important thing is invisible.... 분명 그건 그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게 그냥 그 한 문장만으로는 와닿지 않는 말 아닌가! 더구나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가장 좋아는 책은?

 

이런 질문은 주로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을 할 때에, 비밀번호 분실시 확인 질문에 나온다. 그리고 나는 아주 짧게 '어린왕자'라고만 쓴다. 왜 좋아는지 어떤 구절이 감명 깊었는지 따위의 추가 질문은 없다. 그럼 친구나 혹은 어떤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눌 때에 그런 이야기를 해 본적이 있던가?

 

나는 그 책에서 어린왕자가 슬플 때면 해지는 걸 보러간다고 말하는 장면이 좋았다. 어린왕자의 별에서는 두어걸음만 옮기면 계속해서 해지는 걸 볼수가 있었는데... 어느 날엔가 어린 왕자는 해 지는 걸 마흔네번이나 보았다고 했다. 그날 너는 그렇게 쓸쓸했구나! 하고 독백하는 조종사도 좋았다. 그리고 그날 무수히 많이 해지는 걸 볼 수 있는 날, 하필이면 '마흔네번'이라고 쓰여진 것도 좋았다. 그 다음에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기위해 두레박을 움직일 때 나는 도르레 소리에 어린왕자가 웃었다는 구절이 좋았다. 그때 어린 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이미 여우에게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다음이었는데, 나는 여우가 이야기한 것 보다는 어린왕자의 그런 비유적인 표현이 더 좋았다.

그런데 나는 아직 아무에게도 이런 말을 해 본적이 없고, 이 책에 대에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 본적이 없었다.

 

Tell me more

explain more specific

하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처다보는 선생님...

 

아는 단어가 너무 없어서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가 없다고, 그런데 단어는 너무 외워지지가 않고, 그래서 영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 마음, 내 생각, 내 느낌, 내 기분, .... 그런 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을 남 앞에 꺼내 놓는 작업이 어려웠던 것일까?

그래서 나는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에도 말을 잘하고 싶은 것이라 영어로 시를 쓰고 싶다고 더 먼저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도  teacher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Tell me more your ideal type.

에효....

난 이상형이 없는게 나의 문제라니까요! 그 ideal type을 알았으면 벌써 찾아나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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