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라는 게... 원래가 일상다반사.
세상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참 많다.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알고 있지는 않았다는 걸 순간순간 느낀다.
그런 일들과, 그런 느낌들과 맞닥뜨렸을 때,
나는 참 내가 어리석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너무나 당혹스럽다.
제가.. University of Sydney로 가게 되었어요...
라고 그녀가 말했을 때,
나는 누군가 내 가슴에 구멍을 뚫고는 그리로 차가운 입김을 훅~! 하고 불어 넣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떻게 그 사람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내 가슴에 구멍을 뚫었을까? 어떻게 그런 일을 1초도 안되는 순간에 헤치울 수가 있을까?
내가 그녀와 친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녀를 좋아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나는 잘 모르겠다.
꼽아보니, 그녀와 나는 만으로 꼬박 7년을 알고 지냈다. 그 사이에 내가 다른 회사로 옮기기도 했고, 미국에 다녀왔고 하니... 우리가 그 세월을 모두 함께 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초기에 그녀를 지독히 싫어했다. 보이지 않는 싸움을 몇 달간 했고, 거의 한 달 동안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낸 적도 있었다.
언제부터 원만한 관계가 만들어졌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확실히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며 약간의 존경심도 가지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나는 결국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쳐야했다.
서운했다.
서운하다니!
우선 나는 그녀의 떠남이 서운하다는게 신기하고,
또 나는
내가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서운하다는게, 그것도 눈물을 흘릴만큼 서운해 한다는 게 신기하다.
내게도 이런 감정이 있었나?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내가 울어본 일이 있던가?
그날 밤 나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그냥 마음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어서 깊이 잠들 수가 없었다.
축하도 해 줘야 하고,
서운함도 표현해 줘야 하고,
그리고,
일을 해야 한다.
그녀의 빈자리는 아주 아주 많은 곳에서 오래도록 나타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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