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랑해?"
"사랑해."
세상에 흔하디 흔한 말이 "사랑"이라서 너에게만은 쓰고 싶지 않지만 그보다 더 좋은 말이 없어 할 수 없이 쓴다는 노랫말처럼 "사랑"이라는 것은 넘쳐 난다.
그런데, 늘 필요불충분한 것도 "사랑"이라서, 언제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며 듣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정말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았는데 대답을 망설이는 다다에게 현진은 대체 왜 망설이느냐고 묻는다. 너도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 사람보다 더 완벽한 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냐며, 다그치는 현진에게 다다의 답은
"그 사람 아직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단 말이야." 이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 마음이 넘쳐 흘러서 저절로 그 말이 쏟아져 나오기도
혹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 사용이 되기도 하지만
언제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해?"하고 끊임없이 묻는 사람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연인관계에서, 남자보다는 여자쪽이 훨씬 많이 사용하는 질문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남자가 여자보다는 그런 표현이 서툴기 때문에 듣고 싶은 여자 쪽에서 답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응. 사랑해" 하던 답이 어느 순간 "응" 하는 짧고 건조한 답변으로 바뀌다가,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하는 회피형으로 변질되고 결국엔 "귀찮게 왜 자꾸 물어봐!" 뭐 그런 짜증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연애의 단계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자친구의 답변이 "응" 으로 바뀌는 순간부터 대부분의 여자는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해?"하고 자꾸만 묻게 되는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어지는 것인데... "사랑해?" 하고 묻게 될때,
정말 상대의 마음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인 경우와
상대의 호의를 자꾸만 확인하고 싶은 자아 때문인... 인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자기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사람에게 나타난다.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통해서 자기정체성을 확인하는 사람.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고, 호의가 담긴 말을 들어야만 만족감이 생기는 이런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가, 내가 나를 판단하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대로부터 나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상대의 호의를 확인하지 못하면 그 사람이 곧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고, 그런 불안감이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또다른 불안을 만들어 내게 된다.
하지만, 자기 존중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하여 영원히 그 상태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엔가 표정이나 눈빛 하나 만으로도 신뢰감이 묻어나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나"를 진정 "나" 답게 만들어주는 사람.
어찌되었거나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흔하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