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죽는 사람에 대한 보도가 매일이다시피 되고 그리고 언제나 나오는 말은 원래 지병이 있던 노약자이거나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가 문제가 되고,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신종플루를 무서워하고, 내 옆자리 직원은 병원내에 있는 우체국을 가야하는 일이 최근에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지하철에서는 기침을 몹시하는 어떤 사람에게 내려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결핵인 것 같습니다. 큰 병원에가서 다시 검사를 해 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엉엉 울었던 건, 취직을 못하게 되어서라거나, 병에 걸렸기 때문이라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혼자 있는 빈 집의 고요가 유난히 와 닿았기 때문이고, 그런 혼자있음이 어쩌면 영원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내 머릿속에 몇가지 그림들이 지나갔는데 그것은 모두가 같이 쓰는 수건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걸려있는 이름표가 붙어있는 수건, 세수대야,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먹을 수 없는 찌개 같은 것들이다.
나는 마땅히 내가 집에서 격리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친구가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늦은 밤에 혼자 차를 타고 귀가할 때라고 했다. 혼자 차를 타고 30분 넘게 가야하는 거리, 언제나 남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이제는 핸드폰을 꺼내 들어도 어디에고 연락할 때가 없다는 것. 그게 늦은 시간이면 늦은 시간일수록 그래서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연락하기가 너무나 미안하거나 불가능한 시간일수록 그녀는 더욱 더 혼자라는 느낌이 들어 힘이 든다고 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은 그것이라고 했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커져가는 고립감.아무도 대신 죽어줄 수도, 함께 죽어줄 수도 없으며, 죽음에서 오는 공포와 두려움을 남에게 함부로 보일 수도 없는, 그래서 결국 살아있는 자와는 조금씩 멀어져가는 완벽한 고립감.
매일 바쁘고 피곤한 엄마와
한달이 넘도록 콜록대고 있는 내게 막내가 경고를 했다.
-신종플루 안 걸리게 조심해. 그거 얼마나 불쌍한지 알아? 신종플루 걸린사람 입원시키는 격리시설이 없어서 집에 있어야 하는데 식구들이 방에 가둬놓고, 밥 줄때만 마스크 쓰고 와서 상만 놓고 나간대.
예시를 듣고 나니 갑자기 신종플루가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