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오후 4시가 되면 창가 어디에도 볕이 없다.
오직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만이 너무 서늘해서
나는 일어나 창을 닫는다.
내일 낮이 되면 너희들은 너무 덥겠다. 근데 오늘 밤은 너무 추울테니... 역시 닫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으로 화분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특별히 그 녀석들을 예뻐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말을 시키는게 어딘데...
고마운 것도 모르고 말라가는 잎을 보면 화가 나려고 한다.
해외 학회에 다녀올 동안만 봐 달라며 교수님이 두고간 화분은 한달이 더 지난 여적지까지 내 방에 있다. 그래도 잘 자랐는데 추석 연휴를 보내고 왔더니 말라버린 잎들이 살아나지 않는다.
오후 4시.
바람을 막으려 창문을 닫고
소음이 줄어든 방안에서 나는 스피커 볼륨을 낮춘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루시드폴의 노래가 한층 더 맘을 쓸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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