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소주는 안되는 걸까?

약간의 거리 2009. 8. 14. 10:14

어제 퇴근 길, 갑자기 생각이 났다.

제주를 사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잊고 있었다. 내일이 아빠 제사인데...

 

우리는 정종을 잘 안 마신다.

우리는?

사실 나는 청주도 먹고, 사케도 먹는데...

그러고 보면 차례주라 이름붙여 파는 정종이 유난히 향이 짓고 맛이 없는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종을 즐겨마시지 않는데... 이눔의 제주는 하필 정종이다.

설, 추석, 그리고 제사 때마다 우리는 꼬박꼬박 차례주를 구입하고

퇴주로 나온 술만 겨우 겨우 마시고는 나머지는 술은 그대로 버리기를 반복한지 어언 3년째다.

 

일년에 3번씩 이렇게 제사나 차례를 지낼때마다 동생과 나는 고민을 한다.

-꼭 정종 사야해?

-내말이. 아빠는 소주 말고는 안 드셨잖아

-그렇다고 소주를 놓기는 좀 그렇지 않아?

-그렇기도 하고.. 어쩌지?

-아~ 몰라. 그냥 사야지 뭐.

 

그러다가 지난 주 우리는 또 똑같은 토론을 시작했다.

-근데 말야, 왜 젯상에 정종을 놓게 된거야?

-옛날에는 술이란게 막걸리 밖에 없었잖아.

-그럼 젯상에는 그런 탁주가 아닌 맑은 술을 올린다는 건가?

-그런건가?

-그럼 소주도 맑은 술 맞잖아.

-그렇다고 소주 놓기는 그렇다며?

-그치만 아빠는 소주밖에 안 먹잖아

-아~ 머리아프다.

-이번엔 어쩌지?

-어쨌거나 그럼 정종이면 되는 거 아냐?

-그렇겠지...

-그럼 꼭 차례술이라고 이름 붙인거 아니어도 정종이면 되잖아. 사케는 안돼?

-와~ 사케? 그거 좋겠다. 도쿠리 같은 건 맛있잖아.

 

호호

그러니까 내 동생도 도쿠리 같은 건 먹는데 그눔의 차롓술만 안 먹었다는 이야기인거다.

그래서 이번 아빠 제사때는 비싼 사케를 구하기로 했는데 기일이 다가오도록 그걸 잊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결국,

맛있는 사케를 어디가서 사야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가 본 적이 있는 사케집에 가서 아주 비싼 돈을 내고 먹어 본 것 중 맛있는 사케를 한 병 샀다.

 

아빠는... 소주가 아니라서 안 드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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