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형이 만나고 싶었다.
내가 양심에 꺼리끼는 결정을 내렸다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선택을 하게됐을 때 형은 언제나 "괜찮아. 그게 너에겐 절박했잖아. 너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하고 말해주었다.
형은 한번도 내게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거나, 실망했다거나 하는 핀잔이나 비난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뭔가 위로를 받고 싶은 지금, 나는 형이 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며칠 전 퇴근 길, 라디오에 소개된 사연을 듣게 됐다.
- 나는 누구에게 그 형처럼 이렇게 절대적인 지지자가 되어 준 적이 있던가!
- 내가 그렇게 무조건 믿어주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나?
- 나도 누군가에겐 그렇게 언제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자기편인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절대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하고, 편들어 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고민중이다.
어쩌면 그것은 옳고 그름으로 따져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무수히 많은 배신과 상처를 껴안으며 기다리는 과정일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러리라고 생각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이성의 잣대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게, 그렇게 하는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을 위한 일인거야?
하면서.
동생이 말한다.
-안돼. 우린 근본이 의심이 많은 족속이라서 그건 불가능해. 포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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