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좋아는 하지만 아직은 아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기다려 줄래?
남자의 말에 여자는 금방 황홀한 표정이 됐다.
언제나 이만큼 뒤에서 널 보고 있는데... 왜 한번도 날 돌아봐 주지 않는 거야...
하며 마음 졸여온 세월들이었다.
아직은 아니라는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널 좋아는 하지만.. 기다려 줄래... 이런 말이 너에게로 가고 있어. 금방갈께로 변환해서 들려온다.
여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과장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응!
목이 메어와 더 긴 답은 할 수가 없다.
영원히 돌아보지 않을 줄 알았던 남자가 그녀에게로 온다고 하지 않는가!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서 바라만 보던 때보다 더 많이 참아야 하고, 더 많이 아파야 한다는 걸 머지 않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라는 말은 정말이지 언제가 될런지 알 수 없는 기간이고
기다려 줄래 라는 물음에 응 이라는 대답은 족쇄가 되어 여자는 그냥 연인들 사이에 있는 소소한 투정조차도 부릴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아닌 마음을
지금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을 하는 남자도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르는 지금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는 여자도
서로에게 지쳐가는 시간들이 기다릴 따름이었다.
지금은 아닌 것
그것이 노력을 한다거나
더 많이 시간이 흐른다거나 해서
지금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멍하니 딴데를 보고 있다거나
가끔씩 딴 생각에 빠져 있다거나
한다면 기다려줘~
그런 말은 하지 말자.
그런 말을 누군가 해 온다면 그냥 일어나자.
지금이 아닌 것에 "지금"이라는 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