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기차역

약간의 거리 2008. 8. 4. 00:38

 

이제 막 멈춰선 열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금새 플랫폼을 가득 메운다.

막 플랫폼에 내려선 여자는 작은 숄더백을 고쳐매며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에 작은 한숨을 토해 내고는

어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빨간색 조리를 신은 작고 하얀 발에 여자의 시선이 꽂힌다. 매끈한 하얀 다리를 따라 시선이 옮겨지는데 여자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온 커다라는 여행가방 때문에 그만 휘청한다.

겨우 중심을 잡고 걸음을 옮기는데 이번에는 여자를 제치고 앞으로 나가던 덩치좋은 남자의 캐리어가  여자의 발 뒷굼치에 와서 부딪힌다.

마치 커다란 여행가방을 갖지 않은 사람은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는 듯이 ...

 

겨우 8월 초순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 한여름일텐데 거리는 어둡고 땅에선 낮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까지. 여행객들의 가방이 아니면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잊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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